“北, 김일성 사망 당시 맞먹는 최악 상황”

  • 입력 2009년 7월 17일 19시 39분


올해 북한이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 필적할 만큼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부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와 권력승계 문제,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남북관계 경색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일 '2009년 상반기 북한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북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북한이 당면한 어려움은 1차 핵 위기와 김일성 주석 사망이 겹친 1994년에 비견할 정도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은 미국의 경제제재 결정과 거듭되는 자연재해로 식량난이 악화돼 굶어죽는 사람이 수십만 명이나 속출했으며 위기를 인식한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인내를 강요하는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북핵 문제는 북한의 핵 불능화가 주요 이슈였지만 현재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주장하는 북한과 이를 용인하지 않는 5개국들의 입장이 정면으로 맞서있다. 보고서는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나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같은 극적인 상황반전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현재 북한 경제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이며 경색된 남북관계도 상품교역이나 위탁가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 부담이 모두 일반 주민에게 전가돼 (경제위기) 상황이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또 올해 상반기 북한 경제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으로 북한 당국의 경제운용기조 보수화를 꼽았다. KDI는 "북한 당국은 천리마 정신이나 150일 전투와 같은 과거의 집단주의 강제노력 동원 캠페인을 재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주민들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한편 동원할 수 있는 내부 자원의 규모를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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