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개성 막힌 현대아산 “평화생태관광이 효자 노릇”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5분


“(선)동렬이도 없고∼, (이)종범이도 없고∼.” 김응룡 전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 감독(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의 ‘어록’ 가운데 하나로 막막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있는 표현이다. ‘대북사업의 선구자’를 자임해온 현대아산의 요즘 심정이 이렇다. 주력사업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이 모두 막혀 열릴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운 현대아산에 5월부터 선보인 ‘평화생태(PLZ·Peace & Life Zone) 관광’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PLZ관광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동식물의 생태 또는 역사, 문화를 관광자원화해 평화와 생태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테마 관광이다. 현대아산 측은 “강원 양구나 화천 지역에서 진행되는 ‘민물고기 체험 관광’ 등이 최적의 자연학습 프로그램이란 호평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PLZ 관광객 수도 5월 665명, 6월 950명, 7월 1037명(14일 기준 예약자 포함)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들은 “월평균 2만5000명이던 금강산관광이나 1만 명인 개성관광에 비하면 PLZ관광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회사 분위기를 살려내는 ‘솟아날 작은 구멍’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최근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화천 산천어와 카누 체험 △충남 태안 갯벌과 염전 체험 △경남 하동 한옥마을 체험 같은 ‘여름방학 체험여행’ 상품과 △강원 고성 어촌마을 체험 △제주 농촌마을 체험 등의 ‘여름휴가 특별여행’ 상품도 추가로 선보였다. 현대아산 측은 “대북관광이 다시 시작되면 PLZ관광과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며 “지금 PLZ관광을 가는 고객에게는 금강산관광이 재개되면 10% 할인 혜택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문의는 www.plztour.com이나 02-3669-3000.

현대아산은 이번 여름이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키는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에 억류된 직원 A 씨 문제도 이달 말에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아산의 고위 관계자는 “북측은 그동안 ‘(북한에서는) 피의자를 변호인 없이 4개월까지 조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며 “사건 발생 만 4개월이 되는 7월 말에는 북한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내부에서는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공개적으로 ‘대북사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사태 해결을 위한 그룹 차원의 특단 조치가 강구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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