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식당 창업 ‘2층’이 정답이네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임차료 비싼 1층 대신 2층으로
전망 좋고 공간 넓어 활용도 높아
브랜드파워-접근성 꼭 고려해야

《2007년 음식업을 시작하기로 한 김미숙 씨(38·여)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상가 2층에 비빔밥 전문점을 열었다.

‘먹는 장사는 1층’이라는 업계 ‘불문율’이 있었지만 김 씨는 당시의 결정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김 씨가 40평 규모의 비빔밥 매장을 여는 데 권리금과 임차료를 합쳐 든 비용은 1억 원 정도.

이는 같은 건물 1층 매장과 비교하면 25% 수준에 그치지만 김 씨 매장의 월 매출은 현재 4000만 원가량으로 1층 음식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김 씨는 “2층이 1층보다 전망이 좋다는 장점을 활용해 벽면을 모두 뜯어 통유리로 교체하고 가족 단위 고객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했더니 오히려 2층에 자리한 것이 장점이 됐다”며 “매달 내는 임차료도 1층 매장보다 많이 낮은 수준이라 1층에 들어간 것보다 오히려 순이익이 좋게 나온다”고 말했다. 》

좋은 전망에 저렴한 임차료…2층 장점이 뜬다

최근 2층 매장이 ‘뜨고’ 있다. ‘외식업은 무조건 1층에서’란 기존 통념도 깨지고 있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외식 업체의 고객 회전율이 줄면서 높은 임차료를 부담해야 하는 1층 점포보다 2층 점포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것. 2층 점포는 3층이나 4층과 달리 엘리베이터를 탈 필요 없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죽 전문 프랜차이즈인 본죽 관계자는 “한 푼의 임차료도 부담이 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엔 1층보다 평균적으로 30% 이상 저렴한 2층 임차료도 큰 장점”이라며 “좋은 전망과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2층만의 장점’을 활용한다면 오히려 2층 창업이 얼어붙은 창업 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종각역점은 대표적인 2층 성공 사례다. 국내 경기 침체가 한창 진행되던 2008년 11월 새로 문을 연 이 점포는 ‘카페형’ 점포를 2층과 3층에 새로 열었다. 유동인구가 많아 상권은 좋지만 보증금과 임차료가 만만찮은 종각역 상권에서 신규 출점 전략으로 2층을 택한 것이다. 특히 높은 층에 올라가는 거부감이 적은 젊은 층이 방문 고객의 대부분이라 1층을 포기하고 2, 3층으로 결정했다.

이 매장 이다연 사장은 “젊은 계층을 위해 메뉴를 다양화하고 고객서비스를 강화하면 2층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차별화된 매장 분위기를 고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좋은 외부 전망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게 2층 창업의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 매장의 경우 2, 3층을 모두 쓰고 있지만 임차료는 1층에 들어간 편의점의 절반 수준이다.

커피 전문점인 커피빈도 최근 2층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커피빈은 상권별로 ‘다점포’ 전략을 쓰면서 동시에 2층 매장을 속속 설치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강남역점이나 홍대역점 등 역세권에 주로 위치한 2층 매장이 전체의 10%에 달한다. 장윤정 커피빈 마케팅팀장은 “2층에 매장을 설치한 결과 고객들의 저항이 거의 없었다”며 “평균적으로 1, 2층 간 임차료가 30%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2층 매장 비율을 계속 늘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주의할 점은 있어

2층 매장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입점시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창업하려고 하는 브랜드는 반드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소장은 “브랜드 파워가 높아진 경우엔 2층에 입점해도 괜찮은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초기 브랜드는 아직 1층에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2층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업종은 ‘브랜드 파워’가 검증된 것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서울 강남이나 종로, 대학가 등 일류 상권은 오히려 2층이 나을 수 있지만 나머지 상권은 여전히 1층 수익률이 좋다”며 “2층 전망이 확 트여 있거나 충분한 면적 등 확실한 장점이 있을 때 2층 창업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2층까지 올라가는 접근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장 팀장은 “커피빈의 경우 2층 매장을 개점할 때 반드시 1층과의 접근성을 따진다”며 “통로가 멀리 있거나 올라가기 복잡한 건물은 반드시 피해야 ‘2층 창업’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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