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석동빈 기자의 ‘Driven’/‘뉴 SM3’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착 감겨드는 안락함… 조용한 주행… 놀라운 ‘준중형’이 왔다

경쟁모델보다 긴 차체… 4명이 타도 넉넉
고전적 실내장식에 코너링-승차감도 ‘굿’

#1 1998년 어느 날 부산 강서구 신호동 삼성자동차의 시험주행로. 삼성차가 처녀작으로 내놓은 ‘SM5’의 시승을 위해 그곳에 갔다. 그때 시승차로 나온 525v의 조립품질과 인테리어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닛산 ‘맥시마’의 플랫폼을 사용한 SM5는 당시 국내 경쟁모델보다 확실히 한 수 위였다. 예상대로 SM5는 돌풍을 일으켰고 ‘삼성차는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중형차의 기준도 새롭게 세웠다.

#2 4년 뒤인 2002년 7월 3일. 외환위기를 겪으며 주인이 바뀐 르노삼성차를 다시 찾았다. 닛산 ‘블루버드 실피’를 베이스로 만든 ‘SM3’ 발표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감흥은 SM5보다 훨씬 적었다. 그동안 국내 경쟁 업체의 자동차 기술이 많이 발전한 데다 SM3가 한국의 도로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조금 실망했었다. 장내 아나운서였던 탤런트 박소현의 낭랑한 목소리도 왠지 탁하게 느껴졌던 기억이다.

#3 우연인지 그날로부터 정확히 7년이 흐른 이달 3일. ‘뉴 SM3’를 만났다. 이번엔 닛산이 아니라 르노 ‘메간’의 피를 이어받았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올라탄 뉴 SM3는 하루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SM5를 처음 시승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편안함과 실용성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 중형차급의 안락함

처음 뉴 SM3를 봤을 때의 느낌은 한마디로 ‘이게 준중형급인가’ 하는 놀라움이다. 길이, 너비, 높이 모두 커진 차체는 존재감이 컸다. 기존 모델과 비슷한 점은 이름 빼고는 하나도 없었다. 굵은 캐릭터 라인, 큼직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라디에이터 그릴에 붙은 르노삼성차 로고가 눈에 확 들어왔다. 사이드 스커트처럼 하단으로 낮게 깔린 몰딩은 차체를 더 길어 보이게 하고, 짧은 C필러에다,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뒷유리로 인해 치켜 올려진 트렁크는 풍만한 볼륨감을 준다.

실내로 들어가보면 차체의 크기는 더욱 실감난다. 키 175cm의 성인 4명이 앉아도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경쟁모델보다 차체의 길이는 11cm, 폭은 3cm 정도가 커서 동급 최대의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서스펜션도 중형차의 분위기다. 승차감이 부드럽고 무른 듯하지만 요철을 지날 때 바퀴와 노면이 따로 노는 듯한 허무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럽지만 하염없이 물렁하지 않고 어느 정도 탄력이 살아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첫인상에 비해서는 커브길을 돌아나가는 코너링 능력도 괜찮은 편이다. 시험주행로에서 시속 170km로 달리며 급하게 차선을 변경해 봤는데 의외로 불안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주는 모습이 듬직했다. 승차감이 평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구석까지 있어서 웬만한 운전자라면 만족할 듯하다.

외부 소음과 엔진 소음 차단도 효과적이다. 시속 150km까지 속도를 높여도 윈드노이즈가 급격히 커지거나 커진 엔진음이 들리지 않는다. 타이어 소리도 비교적 작다. 이런 방음 성능은 서스펜션과 함께 종합적인 승차감을 높여줘서 탑승자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 연비는 우수, 가속 성능은 글쎄

시속 100km 정속주행 테스트에서 연료소비효율이 L당 18km 안팎으로 나왔다. 서울 시내의 일반적인 교통상황에서는 L당 11km 안팎을 기록했다. 서울 시내 70%, 고속화도로 30%를 섞어서 500km를 달려본 결과 종합 연비는 L당 13km을 찍었다. 공인연비인 L당 15km. 차체의 크기에 비해서는 괜찮은 수준이다. 출력보다는 연비에 초점을 맞춘 엔진과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CVT)로 인해 부드러운 가속력과 함께 높은 수준의 연비를 얻었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1.6L 엔진으로 덩치 큰 준중형차에 높은 연비를 선사하기 위해 파워와 다이내믹이라는 강렬함은 과감히 버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력을 측정한 결과 13초 중반대가 나왔다. 경쟁모델보다 1초가량 느리다. 여러 번의 급가속으로 변속기에 부담을 주자 16초까지 시간이 늘어지기도 했다. 운행하기 답답한 수준은 아니라도 바쁜 걸음을 재촉하기엔 부족한 수치다. 최고속도는 GPS 측정장비로 시속 174km까지 나왔다.


▲동아일보 석동빈 기자

○ 은근한 프리미엄 분위기

스마트키를 몸에 지니고 외부 도어 손잡이에 손을 넣자 잠금장치가 저절로 열린다. 손잡이 안쪽 작은 센서가 손이 들어오는 것을 인식해 자동으로 문을 열어준 것이다. 똑똑한 센서에 감사해하며 실내로 들어가보자.

간결한 회색우드그레인과 적절한 매트크롬, 세심한 바느질이 눈에 띄는 가죽시트 그리고, 소프트한 마감재로 감싼 대시보드는 첫인상이 아주 좋다. 원가 절감으로 마감재 대부분을 딱딱한 플라스틱을 썼던 한 경쟁모델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좌우 독립 냉각방식 에어컨도 품격을 높여준다. 뉴 SM3 광고에서 주장하던 프리미엄 콘셉트가 일단 기본은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센터콘솔 하단에 위치한 스타트버튼으로 시동을 걸자 부드러운 엔진음과 함께 거만하게 뒤로 누운 크롬링 계기반이 보인다. 여기에 보스 오디오시스템과 뒷좌석 프리미엄을 위한 넓은 레그룸, 리어 에어컨 통풍구 등은 ‘준중형’이라는 이름값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트렁크 안에 보면 큼지막한 오디오 앰프와 풍부한 저음을 울려주는 우퍼 스피커가 설치돼 오너들은 은근한 자부심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중앙에 솟아오른 모니터는 내비게이션 시스템뿐만 아니라 오디오와 연계되어 간결한 정보도 제공해 주는데, 인지도 높은 아이나비가 들어가 있는 점이 인상 깊다. 르노삼성차는 요즘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성능도 고려한다는 점을 재빠르게 파악한 것 같다. 각종 버튼과 스위치의 작동감도 수입차 못지않게 부드럽고 탄력이 느껴진다. 가볍게 ‘딸깍’거리는 저렴함을 버렸다.

그러나 프리미엄은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다.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가장 높은 ‘RE’ 등급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2262만7000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웬만큼 편의장치를 갖춘 중형차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욕심을 줄이고 필요한 것을 대충 선택하면 1650만 원 안팎이다. 이렇게 볼 때 뉴 SM3와 중형차를 두고 고민하는 고객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인지 ‘SM5’의 최대 경쟁자는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아니라 뉴 SM3라는 말도 나온다. 1998년 SM5가 그랬듯이 뉴 SM3도 준중형차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 같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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