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깨비 날씨’ 대응 인프라 강화해야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하루는 ‘물 폭탄’, 하루는 뙤약볕으로 이어지는 도깨비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어제만 해도 서울에는 강풍과 함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지만 경남 내륙에는 햇볕이 내리쬐었다. 서울 지역은 6월 20일부터 7월 12일까지 490.4mm가 왔다. 1980년 이후 가장 많은 강수량이다. 이달 7일 부산의 한 시간 강수량은 73mm로 1991년 7월 15일 역대 최고치 기록과 같았다.

폭우와 맑은 날이 번갈아 나타나는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엘니뇨의 새로운 형태인 ‘엘니뇨 모도키’라고 기상학계가 지목한다. 전통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는 태평양 동부가 아닌 태평양 중앙의 온도 상승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징검다리식 장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반도가 아열대기후로 바뀌면서 열대성 소나기인 스콜이 빈발하고 장마가 불분명해지면서 기상청은 올해부터 장마 기간을 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도 이상기후가 내습했다. 기상청이 최근 발간한 ‘2008 지구대기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상공 이산화탄소의 연평균 농도는 391.4ppm으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지구 평균인 384.9ppm보다 6.5ppm 높다. 기후변화가 인간 책임이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IPCC)의 보고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반도의 이상기후가 온실가스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후변화는 미래 사회의 중대한 리스크로 부상했다. 2007년 다보스포럼에서 세계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이슈로 지구온난화를 꼽았다. 미국 CNA코퍼레이트연구소는 기후변화가 미국 안보에 미칠 파장을 지적하며 정부와 의회에 초당적 대처를 촉구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뉴올리언스 참사를 겪은 미국 정부도 극단기후의 문제를 중시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직시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물 부족과 홍수방지, 그리고 식량문제와 환경난민에 대응하는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4대강 살리기도 물 폭탄과 이상 가뭄에 대응하는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저지대 거주자의 안전 및 이주대책, 신종 전염병에 대비한 백신 개발과 보급, 폭염 시 노숙인 고령자 건강대책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기상청 예보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예보만 정확해도 인명과 재산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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