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손 2조원 한국투자 논란

  • 입력 2009년 7월 14일 19시 27분


세계적인 정보통신 기업인 에릭손이 한국에 약 15억 달러, 2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놓고 혼선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스웨덴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손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을 만난 직후 청와대는 에릭손이 한국지사 고용 인력을 현 80명에서 약 1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굵은 글씨로 "향후 5년 동안 15억 달러(2조원)가량 투자할 것으로 예상 된다"며 구체적인 액수가 적시된 자료를 내놓았다.

그런데 14일 비요른 알덴 에릭손코리아 사장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4세대 무선통신 기술을 연구하기를 원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한국 정부의 발표를 반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

또한 15억 달러라는 수치는 현 시점에선 추정치에 불과하며 청와대가 '연구개발센터'라고 투자 형태를 규정한 것도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FT는 전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즉각 해명자료를 냈다. 청와대에 따르면 투자규모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손 회장의 면담에서 언급된 것이 아니고 하루 전인 11일(현지시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베스트베리 회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언급됐다.

베스트베리 회장은 투자규모를 묻는 우리 정부 관계자의 질문에 "시장상황에 따라서 15억 달러~20억 달러 선"이라고 밝혔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진위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에릭손코리아는 보도자료를 내고 "투자계획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와 완벽한 합의를 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에릭손코리아는 "센터에 대한 투자는 협정체결과 함께 바로 시행에 들어가지만 정확한 투자일정과 규모는 향후 확정할 계획이고 인력규모는 1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릭손 투자의 진위논란은 가라앉았지만 "에릭손의 한국 투자규모가 4세대 통신기술을 비롯한 여러 변수에 따라 결정될 일이며 얼마나 투자할 지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가 생길 지에 달렸다"는 에릭손코리아 사장의 FT인터뷰 발언을 둘러싸고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에릭손이 우리 정부로부터 4세대 통신장비 시장 주도권을 보장받기 위해 외신을 통해 언론플레이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롱텀에볼루션은 국내 토종기술인 '와이브로'와 4세대 기술 표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에이스테크놀로지, 케이엠더블유, 이노와이어, 에이스안테나 등 기지국 부품주가 에릭손 투자로 수혜가 예상된다는 증권사 보고서에 힘입어 장 초반 상승했다가 에릭손 측이 투자를 확정 지은 것은 아니라는 보도가 알려지며 하락 반전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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