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철]4대강에 다목적 저수지를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강을 살리려면 숨을 쉬도록 적정한 하천유지유량(수량)을 공급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유럽의 강은 여름에는 알프스에서 만년설이 녹고 겨울에는 비가 내려 4계절 넉넉한 물이 흐르는 천혜의 환경인데, 우리의 강은 강우가 집중되는 7, 8월에는 침수피해를 당하지만 갈수기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자연조건에 순응하여 피폐한 하천유황을 그대로 받아들여 지금처럼 가뭄과 홍수피해를 겪으며 살지, 아니면 가뭄과 홍수피해를 줄이고 늘 풍요롭게 흐르는 강으로 만들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4대강을 살리면서 지역사회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하천은 상류가 살아야 하류가 산다. 상류 지천을 살려야 4대강 본류가 산다. 해결책은 상식적이다. 홍수기에 물을 가뒀다가 갈수기에 흘려보내면서 용수를 공급하고 수력발전에 활용하고 침수피해를 줄이도록 상류에 중소 규모의 댐을 많이 건설하여 이용하면 하천생태가 건강해져 강은 살아 흐르게 된다. 상류유역 관리만 철저하면 댐 건설은 오히려 친환경적이다. 반환경적이라는 주장은 선입견일 수 있다.

둘째, 확보해야 할 수량이 얼마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다목적 댐에서 이미 연간 71억 m³를 유지용수로 공급하는데도 하천은 지금처럼 피폐한데, 7억∼8억 m³를 더 확보한다고 해서 강이 살아날지는 의문이다. 친수와 생태공간을 확보하여 지역개발을 하려면 보를 막아 수위를 높여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흐름의 정체로 인한 수질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별도의 하천유지유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하천유지유량을 확보하려면 기존 농업용 저수지를 재개발해야 한다. 4대강 살리기에 농업용 저수지 96개를 재개발하여 2억4000만 m³를 확보할 계획이 있으나 적정한 양인지 정밀 검토하여 필요에 따라 크게 확대해야 한다. 재개발이 가능한 농업용 저수지는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다. 건설 중인 성덕댐은 저수용량 310만 m³를 2060만 m³로 확대하여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좋은 사례이다.

넷째, 재개발 저수지는 다목적으로 생명력 있게 개발한다. 댐 저수지는 본래 흙과 콘크리트로 둑을 막아 물을 가두는 토목사업이다. 하지만 21세기 생명존중시대에는 생태의 사회적 가치가 커지므로 토목사업에도 경관 친수 관광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창의적 개발개념을 도입하여 생태가 살아나는 댐,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고품격 저수지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도농교류 활성화를 통해 주민소득을 향상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섯째, 4대강 살리기는 지역개발과 연계해야 한다. 4대강 살리기에는 쾌적한 주거환경과 녹색에너지를 활용한 생활환경 개선, 지역특화품목 지원과 농식품 클러스터에 의한 소득증대와 첨단농업단지를 통한 새로운 농업모델을 정립하는 ‘금수강촌’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 자원을 특화한 카페, 향토음식, 문화공간을 조성하여 잘사는 농민, 쾌적한 농촌, 명품마을을 만들어 침체된 지역사회를 선진화하는 데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여섯째, 농촌용수 다목적 개발을 위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농업용수 공급은 물론 치수 친수 환경 휴양 생태보전이라는 다원적 기능을 확보하려는 시대정신에 따라 1994년에 제정된 농어촌정비법에서는 농어촌용수를 농어촌지역의 생활, 공업, 수산 및 환경용수로 공급하도록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하천법에 근거하여 시행하는 수자원종합개발 기본계획에는 농업용수는 논·밭관개용수와 축산용수만이 반영되고 있어 농촌용수의 다목적 기능을 확보하고 독창적으로 농어촌용수 장기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우므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김태철 충남대 생물자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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