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배 띄우고 골프 가르친 지은희 아버지

  • 입력 2009년 7월 13일 15시 56분


“한강에 배 띄워놓고 딸의 골프를 가르친 아버지?”

오늘의 한국 골프를 만든 대한민국 골프 대디에게는 수많은 전설이 있다.

담력을 키우려고 공동묘지에서 샷을 시켰다는 박세리 아버지의 얘기는 과장되기는 했지만 자식의 성공을 위한 우리 아버지의 열성을 보여준다.

이 같은 믿거나 말거나 한 골프 대디의 독특한 훈련 스토리 가운데 하나로 한강의 샷이 있다. 북한강에 배를 띄워놓고 강 저편에서 딸에게 배 위로 정확하게 아이언 샷을 시켰다는 스토리다. 좁은 배 위로 골프 볼을 올려놓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정확성이 요구될지 생각해보라. 대한민국의 아버지만이 생각해내고 또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독창적인 훈련 방법이다.

이 얘기는 또 다른 버전의 전설도 남겼다. 딸이 한강을 항해 샷을 날리다 연습공이 다 떨어지면 아버지가 강 속에 뛰어들어 공을 주워왔다는.

두 전설의 주인공은 바로 지은희와 아버지 지영기 씨다.

아버지는 소문의 진위를 묻자 “다 옛날 얘기인데요 뭘…” 하면서 너털웃음으로 마무리 했다. 과장은 됐겠지만 훈련얘기는 사실이라고 했다.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던 지영기 씨는 다른 골프 대디와 마찬가지로 지은희가 학생 시절부터 캐디백을 메고 다니며 뒷바라지를 했다.

경기도 가평이 고향인 지 씨는 “지금은 내가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지만 당시에는 가평에 수상스키장을 운영하면서 딸이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물 위에 뜨는 공도 있어 공이 다 떨어지면 강물에 들어가서 공을 주워 왔다”고 말했다. 물 위에 띄워 놓은 표지판을 보고 아이언 샷을 날리던 지은희는 그래서 아이언 샷이 장기가 됐다.

아버지는 딸을 위해 객지생활도 했다. 지은희가 미국 무대에 진출한 뒤 한동안 따라다녔다. 낯설고 물선 곳에 지내는데 힘이 들어서 한국에 돌아온 지영기 씨는 “이번 대회는 아내를 보내 뒷바라지를 하게 했다. 2주 뒤에 열리는 에비앙마스터스 대회에는 내가 따라다닐 차례”라며 웃음을 지었다.

딸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지영기 씨는 이번 US여자오픈 우승의 원동력을 드라이버 교체로 꼽았다. 지 씨는 “은희의 드라이버 샷은 탄도가 높아 비거리에서 손해를 본다. 전에는 8.5도 드라이버를 썼는데 최근 7.5도로 바꿨다. 다행히 새로운 드라이버에 잘 적응해 우승까지 차지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딸 뒷바라지에 골프 보는 눈이 이미 박사급인 아버지는 “더 잘해야죠”라며 기쁨을 애써 감췄다.

대한민국 골프는 이처럼 골프 대디의 희생속에서 전설을 만들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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