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웃고 美 울고… 두 얼굴의 글로벌 증시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선진국 증시 횡보 하락세 계속
내수부양 신흥국은 가파른 오름세
美 회복없인 탈동조화 지속 불확실

경제위기가 최악의 고비를 넘긴 올봄, 글로벌 경제는 두 가지의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당시 각국의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하고 과열 조짐까지 보였지만 고용 및 소비 등 실물경제지표는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 회복 속도보다 지나치게 큰 탓이었다.

이 같은 ‘두 얼굴의 세계경제’ 틀은 지금도 유효한 분석이다. 다만 지금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간의 문제가 아닌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상황의 차이, 즉 ‘지역 간의 온도 차’가 화두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는 옆걸음을 치거나 다시 하락국면에 들어간 반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주식시장은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 심화되는 선진-신흥시장 증시 차별화

지난달 중순 8,800 선에 바짝 다가섰던 미국 다우지수는 10일(현지 시간) 현재 8,146.52까지 밀렸다. 이로써 미 증시는 4주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회복 지연과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증시를 내리누르고 있다.

미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실적과 고용지표 등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10%에 육박하는 실업률은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지출 둔화로 이어지면서 증시에 부담을 줬다. 다우지수는 올 들어 10일까지 7.2% 하락했다.

유럽 증시도 미국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10일 4,127.17로 마감해 지난해 말보다 6.9% 떨어졌고 독일과 프랑스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4.9%, 7.3% 하락했다. 올 들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한국 코스피가 각각 71%, 27% 상승한 것에 비하면 매우 부진한 성적이다.

○ “신흥국-선진국 디커플링 계속될지는 의문”

선진국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데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증시가 선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국의 대대적인 내수 부양책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수출 감소를 고정자산 투자와 내수 확대로 만회하면서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한 수혜를 한국과 대만 등 주변의 신흥국들이 받고 있는 것이다.

달러화 등 안전자산이 약세를 보이면서 원자재가 풍부한 신흥국 증시의 매력이 커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32.2%) 브라질(31.1%) 등 자원부국의 증시는 올 들어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냈다. 인도(40.0%)는 정치 안정에 따른 정책 기대감, 탄탄한 내수 경기가 증시 상승에 일조했다.

그러나 신흥국과 선진국의 증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미국이라는 세계경제의 가장 큰 엔진이 ‘고장’ 난 가운데 언제까지나 신흥국 경제가 고성장을 누릴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선진국 증시에 특별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세가 빠른 이머징 국가로 자금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의 소비회복 지연은 필연적으로 이들 국가의 기업 실적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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