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지키며 혁신… 불황 모르는 명품”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까르띠에코리아 갈티에 사장 “발롱 블뢰 시계가 효자”

지난해 까르띠에가 ‘발롱 블뢰’(Ballon bleu·푸른 공) 시계의 투르비용(Tourbillion·최고급 수동시계에 쓰이는 무브먼트) 버전을 내놓자 외신들은 관심 있게 이 소식을 다뤘다. 까르띠에가 보석시계 시장의 강자란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복잡한 시계 공법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해석과 함께…. 조약돌 모양으로 공 같은 착용감을 주는 이 시계는 2007년 처음 나온 후 매 시즌 새 모델들을 선보이며 국내 예물 시장에서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까르띠에 메종에서 만난 필립 갈티에 까르띠에 코리아 사장(49·사진)도 가죽 줄과 금장식의 발롱 블뢰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국내 예물시계 ‘0순위’로 꼽혔던 까르띠에 ‘탱크’ 시계보다 요즘 발롱 블뢰가 더 잘 팔리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1920년 선보인 뒤 80년 넘게 인기를 누렸던 네모난 탱크 시계를 이제 둥그런 ‘세 살배기’ 발롱 블뢰가 대체하고 있는 것.

세계적 럭셔리 기업인 리슈몽 그룹의 주요 브랜드인 까르띠에는 매출의 60% 이상을 시계가 만들어 내기 때문에 ‘탱크’의 후계구도 확립은 그룹의 중요한 이슈였다. 까르띠에는 올 초에 520만 원대의 스틸 발롱 블뢰로 젊은층을 유혹하더니 8월부터는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정밀시간 측정기능)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갈티에 사장은 “불황에도 까르띠에의 올 상반기(1∼6월) 국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늘었다”며 “유행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162년 전통을 기반으로 끝없이 혁신하기 때문에 연말까지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자신할 수 있다”고 했다. 까르띠에는 이달부터 ‘셋 포 유(Set for you)’란 주문제작 서비스도 시작했다. 고객이 다이아몬드와 디자인을 고르면 프랑스 본사가 제작해 5주 안에 ‘나만의 반지’를 완성해 보내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9월 브랜드 종합 매장인 ‘까르띠에 메종’을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서울에 연 그는 “까르띠에의 모든 고객은 VIP”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까르띠에 메종에서는 일부 럭셔리 매장에서 풍겨 나오는 도도한 분위기가 별로 없다. 직원들이 부드럽게 권하는 샴페인을 받아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함이 감돈다. 미셸 슈발리에 등이 쓴 ‘럭셔리 브랜드 경영’이란 책은 “브루나이의 부자 술탄이 보석회사 1년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면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까르띠에는 럭셔리 브랜드가 일반 고객의 호감은 잃고 부자 고객에게만 의존할 때의 위험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