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박찬구 체제’로 가나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금호석유화학 지분 늘려
박삼구 회장과 6.4%P 차이
‘형제 승계론’ 유지 관심

대우건설 재매각을 앞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주회사의 구조를 바꾸면서 박삼구 그룹 회장(64·3남) 체제에서 동생인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61·4남)으로의 경영권 이양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 등 양대 지주회사체제에서 금호석유화학 단일 지주회사로 가겠다고 밝힌 데 이어 금호석유화학의 대주주 지분도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박삼구 박찬구 회장 등 대주주 일가는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기존 40.69%에서 46.59%로 늘렸다. 이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박삼구 회장의 지분(장남 박세창 전략경영본부 상무 지분 포함)은 기존 10.01%에서 11.76%로 소폭 증가한 반면 박찬구 회장 지분(장남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 지분 포함)은 10.01%에서 18.02%로 크게 늘었다. 박찬구 회장 부자는 이번 지분 확대에 앞서 지난달 중순부터 꾸준히 금호산업 지분 6.11%를 모두 팔고 그 대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려왔다. 박삼구 회장 부자와의 격차를 6.44%포인트로 벌려 놓았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는 고 박성용 회장의 장남 박재영 씨(4.65%)를 제외하고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 박삼구 회장 부자, 박찬구 회장 부자 등이 나란히 금호석화 지분 10.01%씩을 보유해왔으나 이번 지분 변동으로 ‘힘의 균형’이 깨졌다.

금호아시아나는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의 유지에 따라 2세 경영이 시작되면서 형이 동생에게 경영권을 이양하는 ‘형제 승계론’을 지켜온 그룹이다. 2대 고 박성용 회장부터 4대인 현 박삼구 회장에 이르기까지 두 번에 걸쳐 만 65세가 되던 해에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다 보니 그룹 안팎에서는 ‘회장 정년 65세’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현재 만 64세인 박삼구 회장이 내년이면 65세가 되는 터라 2010년에 금호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재계의 촉각이 모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룹 관계자는 “건강악화 등의 이유로 우연찮게 선대 회장들이 65세에 경영권 이양이 이뤄졌을 뿐 그런 원칙은 없다”며 “전쟁에서 장수를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처럼 현안이 산적한 지금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없다”고 일부의 추측을 일축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 재매각을 마무리하고 내년쯤 동생인 박찬구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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