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베이스볼] “대어는 ML행…찍을 애들이 없다”

  • 입력 2009년 7월 7일 08시 01분


전면 드래프트 도입 1년 뭐가 달라졌나

“그나마 있던 괜찮은 선수는 다 빠져나갔다. 누구를 찍어야할지 고민이다.”

8월 17일,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LG 스카우트팀의 고민이다.

지난해 성적 역순에 따라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LG 스카우트팀은 “올해는 ‘꼴찌 프리미엄’도 사실상 없다.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고만고만한 선수들만 많은데, 우리 같은 경우는 1번을 뽑고 한바퀴 돌아 16번을 찍어야한다. 이번에는 차라리 8번, 9번을 연달아 찍을 수 있는 SK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푸념한다.

대어급 선수가 없기 때문에 앞 순위에 찍는다고 해도 이득이 없다는 의미다.

스카우트 “선수 기량 10년내 최하위” … 고교선수 5명 벌써 ML구단과 계약

○ 없는 자원, 그래도 빠져 나간 선수들

올 초 다른 구단 한 스카우트는 “올 고등학교 졸업반이나 대학 졸업반들의 기량은 최근 10년이래 최하”라고 평가했다. 예년에는 대어급 한두명은 꼭 나오곤 했는데, 올해는 그런 선수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구단 스카우트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러나 벌써 5명의 고교 졸업예정자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체결했다. 천안북일고 외야수 김동엽(시카고 컵스·55만달러), 화순고 포수 신진호(캔자스시티·60만달러), 동산고 포수 최지만(시애틀·42만5000달러)이 지난 3월 계약했고, 4월에는 세광고 투수 김선기가 시애틀과 43만 달러에 사인했다. 최근에는 제물포고 내야수 남태혁이 50만달러를 받고 미국행을 결심했다.

○유망주 유출, 암울한 한국 야구

올해 ‘고환율 덕’을 봤다고 하더라도 50만 달러 안팎의 계약금을 받은 이들의 몸값은 박찬호(120만달러·LA 다저스·1994년), 김병현(225만달러·애리조나), 최희섭(120만달러·시카고 컵스·이상 1999년), 추신수(135만달러·시애틀·2000년) 등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실력과 기대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고 볼 수 있다.

계약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신의 꿈’을 쫓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기로 한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야구의 미래를 논한다면, 이들 유망주의 유출은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유망주 유출’ 1차지명 폐지 탓 의견도 … 현장 지도자 “해외진출 원천봉쇄를”

○에이전트도 헐값의 유출은 반대한다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도왔던 한 에이전트는 “50만 달러 이하로 계약금을 받고 가는 선수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경기 진행요원’ 역할 밖에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빅리그 구단 입장에서도 100만 달러 이상 계약금을 준 선수라면 모를까, 적은 금액을 준 선수에게 체계적인 관리를 해줄 여력이 없다”고 했다.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할 경우, 박찬호나 추신수처럼 빅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말이다.

○1차 지명 없앤 ‘전면 드래프트의 폐해’?

‘평균 이하의 없는 자원’ 중에서 적잖은 선수들이 미국행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1차 지명을 없앤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광주를 주연고로 하는 KIA의 경우, 지난해까지 연고 지역내 유망 선수들을 일찌감치 ‘관리’했다. 우선지명 대상에 들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되면 야구 용품 등을 지원하면서 사전에 영입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차 지명이 없어진 상황에서, ‘다른 팀에 갈지도 모를’ 선수에 대해 공을 들이는 구단은 없다.

○‘1차 지명’ 부활이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이 같은 이유로 연고지역 1차 지명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 1년만에 다시 도마위에 올랐지만, 8개 구단 의견 자체도 모아지지 않는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의 입장도 다르다.

두산은 “그나마 1차지명이 있으면 유망주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LG는 “서울 지역의 경우, 히어로즈까지 세 팀에서 작업을 한다면 쓸데없이 선수들 계약금만 올라간다”며 “시행 1년도 안돼 다시 1차지명을 부활할 필요는 없을 것”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

○해외 진출 원천 봉쇄가 필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막기 위해 지난 4월 말 한층 강화된 제재안을 발표했다.

한국 프로구단 선수로 등록한 적이 없이 외국 프로구단에서 뛰던 선수는 외국 구단과 계약 종료 이후 국내 구단과 선수로 2년간 입단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기존 조항에 지도자로서도 7년간 입단 계약을 금지하는 조항도 추가했다.

또 해외진출을 허용한 학교에 대해서는 지원금 및 유소년 발전기금 지급 중단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등 보다 강력한 제재를 만들었다.

그러나 현장 지도자들은 이 같은 규제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들의 해외 진출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 프로야구는 죽는다. 일본처럼 자국리그를 거치지 않고서는 해외에 나갈 수 없도록 해야한다”고 밝혔고, LG 김재박 감독 역시 “일본처럼 근본적으로 해외 진출을 막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프로 입단 후 사실상 9년이 지나야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FA 제도 등을 시대 흐름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천 봉쇄’를 할 수 없다면, 유망주가 굳이 가지 않도록 좋은 당근을 제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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