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줄잇는데… 노동계-민주당 “해고대란 아니다”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대덕연구단지도 149명

비정규직 근로자 40여 명이 근무하는 한국담배판매인회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비정규직보호법)이 적용된 1일 비정규직 근로자 2명을 내보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대전 대덕 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들도 같은 날 석사급 연구원을 포함한 비정규직 직원 149명을 해고했다. 연구원별로는 △원자력연구원 94명 △기초과학지원연구원 37명 △천문연구원 7명 △화학연구원 5명 △생명연구원 3명 △에너지기술연구원 2명 △한의학연구원 1명 등이다.

비정규직보호법 적용 이후 노동계와 야당에서는 ‘실업대란은 없다’(이용득 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해고돼도 시차는 있지만 다른 곳에 또 고용되기 때문에 무더기로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지는 않는다’(이목희 전 민주당 의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법 취지에 지나치게 매몰돼 보고 싶은 면만 보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 실업대란이 아니라고?

민주당 등 야당은 한나라당이 300인 이상은 현행법 적용, 300인 미만은 법 적용 유예 안을 내놓자 “비정규직 근로자의 96%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다”며 반대했다. 야당과 노동계 주장대로 비정규직 대부분은 영세사업장에서 일한다. 특히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약 70%가 3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다. 이 때문에 해고가 되어도 한 곳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마다 1, 2명씩 소규모로 생겨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5∼9인 사업장은 190만 곳(2007년 말 기준)이나 된다. 10∼19인은 170만 곳, 20∼49인은 210만 곳이다. 어느 사업장에서 몇 명이나 해고됐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 단지 이런저런 경로로 드러난 곳만 파악되고 있을 뿐이다.

노동계와 야당은 실업대란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1일 하루 동안 파악된 곳만 한국토지공사(148명), 대한주택공사(31명), 보훈병원(23명), 산재의료원(33명) 등 318명에 이른다. 한국담배판매인회(2명), ㈜화이트엠(1명) 등 1일 해고된 사실이 2일 알려진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 총고용에 큰 변화 없다?

노동계와 야당은 “해고된 비정규직 근로자 자리는 다른 비정규직 근로자가 채울 것이기 때문에 시차는 발생해도 총고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A 사업장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해도 누군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자리를 다른 비정규직으로 채우게 된다는 것. 비정규직 근로자로서는 회사만 바뀔 뿐 상당수가 일은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계산법이라면 실업대책 자체를 세울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계와 야당 주장대로라면 정부 실업대책은 실직 후 평생토록 직장을 못 구하는 사람들에게만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해고자가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 재취업과 관계없이 당장 해고되니까 이를 막자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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