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수천억 떠맡아 매각 ‘암초’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금호아시아나, 대한통운 인수때도 풋백옵션 부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3월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주가가 약 20만 원에 미치지 못하면 그 가격대로 주식을 되사주는 풋백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풋백옵션이 행사되면 현재 금호그룹 계열인 대우건설이 수천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여서 대우건설 매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3월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주가가 일정 수준으로 오르지 않으면 8곳의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사주는 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 풋백옵션은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받아줘야 한다.

풋백옵션 관련 투자자 지분은 총 9.6%로, 2011년 3월과 2012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만기가 돌아온다. 투자자들은 해당 시점에 대한통운의 주가가 행사가격을 밑돌면 옵션을 행사해 차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행사가격은 주당 20만 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현재 대한통운 주가는 8만3000원으로 만기 시점에도 행사가격에 못 미치면 대우건설과 아시아나 항공은 수천억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산은 관계자는 “수천억 원의 비용 부담이 매각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매수자가 풋백옵션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낮추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재무적 투자자는 대체로 금융기관인데 이들은 풋백옵션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보자면 문제가 있다”며 “풋백옵션 관련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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