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들은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특히 디비전 시리즈가 완벽하게 구축된 축구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디어도 적극적이다. 11개주 방송사 외에 각 지역에 고루 퍼져있는 민영 방송사와 위성 채널들이 유·무선망을 통해 쉴 새 없이 중계를 한다. 비록 스포츠 전문 채널은 <유로스포츠>,
이러한 독일에서 최근 집중되는 화두가 바로 남북 축구. 매년 10월 3일을 전후해 통독 기념행사가 열리는 데, 교민들에 따르면 올해에는 남북전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양 국 대표팀이 중국 상하이에서 격돌한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9월 10일)은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유로스포츠>를 통해 생중계됐다. 타국, 그것도 아시아 지역 A매치가 하이라이트가 아닌 생중계로 이뤄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대표팀에 대한 평가는 좋지만은 않다. 맥 풀린 한국 축구의 모습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 당시 남북전을 담당한 해설자가 “한국이 이렇게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젠 아시아의 강국이 아닌 것 같다”고 차분한 목소리로 꼬집었다는 게 현지인들의 전언. 오히려 한국보다 북한축구의 성장세에 주목하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언론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지역지 <슈바비스체 자이퉁>의 쥐스페 토레만테 스포츠 전문기자는 “한국 축구가 한때 좋은 전력을 갖췄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젠 매력적인 가치를 잃어버렸다. 독일도 큰 폭의 하락세를 경험했는데, 한국은 그 경우가 훨씬 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현지 프리랜서 마티아스 클리도 “북한 축구가 큰 폭의 성장을 했다. 한국의 추락과 맞물린 북한의 고공 행진이 독일팬들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샤펜(독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