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초가집 밀어낸 아파트 한국인 어디서 살았나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한국 주거의 사회사/전남일 손세관 양세화 홍형옥 지음/416쪽·1만8000원·돌베개

정부가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야 했던 당시에는 아파트를 짓는 속도도 빨랐다.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가 벌떡 세워진다고 해서 ‘벌떡 아파트’라는 조어도 생겼다. 1980년대 후반에는 도시의 아파트 문화가 농촌에까지 침투했다. 그래서 생긴 말이 ‘논두렁 아파트’였다.

저자들은 “서구에서 노동자 집합 주택으로 시작한 아파트가 한국에선 가장 보편적 주거 형태가 된 것은 주택의 양적 확대와 개발의 효율성만 추구한 정책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개항 이후 근현대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주거 형태가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 사회사적 관점으로 정리한 책이다.

개항 이후 1890년부터 서양식 건축물이 소개되면서 외국인의 거주지에는 석조 건물 등 서양식 주택들이 들어섰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식 주택이 곳곳에 건설됐다. 그런데 한국의 겨울 날씨가 추워 일본식, 서양식 주택에 살던 사람들이 겨울이면 온돌방을 찾아 이사를 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외래문화를 급하게 수용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여건과 맞지 않았던 사례다.

저자들은 한국 주거문화의 변화에 대해 “서구의 모방이었고, 주택 물량 확보를 위한 투쟁이었다”고 진단하고 “앞으론 삶의 질을 고려한 주거환경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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