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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공연 소품 장보기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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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공연 소품 장보기 속앓이

입력 2007-09-20 03:00수정 2009-09-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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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공연예술제 20일 개막… 주최측 “외국 손님 맞기 만만찮네”

‘길이 10cm의 싱싱한 작은 생선 5마리(발트 해에서 나온 청어면 더욱 좋겠음)’ ‘구운 간, 작은 조각으로 4, 5개’ ‘자연산 요구르트, 뿌리까지 있는 신선한 양파 10개’ ‘부드러운 소시지 100g’….

까다로운 요리사의 음식 재료 주문서? 아니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인 연극 ‘롱 라이프’의 라트비아 뉴 리가 극단이 요구한 소품 목록이다.

20일 막을 올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 공연 축제의 스태프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해외 단체들의 다양한 요구 조건과 씨름하고 있다. 해외 극단들은 가급적 최소한의 인력과 장비만으로 내한하기에 소품과 무대 장치는 주최 측인 서울공연예술제가 책임져야 한다.

지난해 유럽의 많은 연극상을 휩쓸었던 화제작 ‘롱 라이프’는 마치 TV 리얼리티 쇼를 보듯 유럽 노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독특한 형식의 연출로 주목받은 작품.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직접 요리하고 설거지까지 끝내기 때문에 극단은 주최 측에 미리 긴 ‘장보기 리스트’를 보내왔다.

지난해에도 예술제 스태프들은 매일 저녁 따끈한 통닭을 한 마리씩 대령해야 했다. 초청작이었던 슬로베니아의 연극 ‘사중주’에서 여배우가 공연 중 통닭을 우적우적 먹는 장면이 있었던 것. 여배우는 매 공연마다 소품 통닭을 반 마리 이상 먹어 치워야 했기 때문에 극단 측은 내한에 앞서 “기왕이면 따뜻하고 맛있는 통닭으로 구해 달라”는 비공식적(?) 요구 조건을 추가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이번에 한국을 찾는 독일 유명 극단 베를린 샤우뷔네의 연출가 루크 페르체발 씨 역시 내한에 앞서 e메일을 보내왔다. 그의 요구사항은 250cm 나무 화분 25개, 180cm짜리 30개, 160cm짜리 20개, 120∼130cm짜리 5개 등 나무 소품만 총 80개에 이른다.

반면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하는 루마니아 극단의 요구는 딱 나무 한 그루. 단, ‘직접 나무를 베어서 말려야 함. 함께 보낸 나무 사진과 최대한 비슷한 나무를 구해서 2개월간 말려야 함’이란 조건과 함께.

총도 까다로운 소품이다. 진짜가 아닌, 소품 총이라도 국내 반입이 매우 어렵기 때문. 지난해 참가작인 러시아 연극 ‘개와 늑대 사이’의 경우 총으로 토끼를 죽이는 장면에 쓸 소품 총이 필요했다. 주최 측은 “모형 M16이면 안 되겠느냐”고 했지만 러시아 극단은 ‘고풍스러운 19세기 사냥 총’을 고집했다. 결국 딱 맞는 총을 구하지 못해 공연에선 총 대신 긴 지팡이로 토끼를 죽이는 걸로 바뀌었다.

2005년 개막작으로 초청됐던 스페인 극단의 ‘맥도널드의 광대, 로널드 이야기’는 현대인들의 소비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무대에 케첩, 마요네즈, 햄버거 등 온갖 음식물을 던져 공연장을 음식 쓰레기로 뒤덮었던 문제작. 당시 스페인 극단 관계자는 ‘금기에 도전하기 위해’ 돼지 머리도 던지겠다고 요구했지만 이번엔 주최 측이 ‘한국에선 복을 비는 음식’이라고 버텨 닭튀김으로 대체됐다.

소품과 무대 장치 등을 조달하는 스탭서울의 최웅집 대표는 “국내 반입이 까다로운 나무나 특정 동물 소품을 구해 달라는 요청도 간혹 있다”고 했다. 새나 쥐를 구해 달라는 것은 비교적 쉬운 요구. 심지어 ‘남미의 싸움닭을 구해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해외 연출가도 있었다. 물론 이 경우 그냥 토종닭으로 대체됐다.

제7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20일∼10월14일) 주요 공연들
작품개요기간장소
밤부, 밤부/난, 그윽한 향기/마이너스 세븐(유니버설 발레 Ⅱ/유니버설 발레단)SPAF 개막 공연.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의 예술 감독 오하드 나하린이 안무. 9월 20, 21일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02-2204-1043)
짐(극단 물리)1945년에 폭파된 ‘우키시마’호 사건을 소재로 한일 근현대사 문제를 다룬 연극9월 20∼26일남산드라마센터(02-765-5475)
장님들(사다리움직임연구소)인간의 나약함과 우매함을 상징적 대사와 공간으로 표현한 연극10월 2∼6일남산드라마센터(02-912-3094)
입센 인 뮤직(한국페스티벌앙상블)실내악으로 만나는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10월 6일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02-501-8477)
백색의 방(벨기에/미셸 누아레 컴퍼니))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네 여인의 의식 탐구를 다룬 무용9월 29, 30일서강대 메리홀(02-3673-2561)
MAPA/자크의 방(캐나다 몬트리올 재즈발레단)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과 발레, 재즈, 현대무용의 경계를 넘나드는 안무10월 3,4일예술의 전당 토월극장(02-3673-2561)
돈키호테(프랑스/자크 부르고)돈키호테의 이상과 좌절을 1인 코미디극으로 표현10월 2∼4일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02-3673-2561)
세일즈맨의 죽음(독일/베를린 샤우뷔네)아서 밀러의 원작을 독일의 대표적 극단 ‘베를린 샤우뷔네’가 재해석10월 8, 9일남산드라마센터(02-3673-2561)
고도를 기다리며(루마니아/라두 스탄카)루마니아의 거장 실비우 푸카레트가 연출10월 12∼14일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02-3673-2561)
Shaker(이스라엘/인발 핀토 댄스 컴퍼니)무대가 스노볼처럼 눈송이가 휘날리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의 무용10월 13, 14일서강대 메리홀(02-3673-2561)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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