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中과 불평등 계약 논란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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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케이블TV 2곳 중 1곳 中방송 편성케 하고

KBS 프로그램은 중국 일부 호텔에서만 방영

KBS가 국제위성방송채널인 ‘KBS월드’를 중국의 일부 호텔에 송출하는 대신 중국 CCTV-9를 국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50%에 ‘기본 채널’로 편성해 주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한 것으로 30일 밝혀졌다. CCTV-9는 중국 사회주의 체제를 홍보하는 영어방송이다.

이를 놓고 문화주권을 침해하는 ‘불평등 계약’이라는 우려와 함께 독립 사기업인 SO의 편성 방침에 개입할 자격이 없는 KBS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KBS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이사회 자료 등에 따르면 KBS는 올해 2월 28일 중국 CCTV와 계약하고, CCTV-9를 한국 디지털수신방식 SO의 50%에 ‘기본 채널 패키지(주요 인기채널 묶음)’로 편성시키기로 했다. 그 대신 CCTV는 중국 내 3성급 이상 호텔(약 3000개)과 외국인 거주지역 등에 한해 KBS월드를 송출한다는 조건이었다.

계약서에는 이후로도 국내 SO의 50% 이상이 CCTV-9를 편성할 수 있도록 KBS가 영업활동을 지원하며, 추가된 시청가구 수를 매년 1월 중국 정부에 통보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KBS는 계약 체결 3개월 만에 61개 디지털수신방식 SO 중 41개에 CCTV-9를 편성토록 했고, 중국에는 7월부터 KBS월드의 송출이 시작됐다. KBS는 ‘중국 TV시장 개방 시 교두보 확보’를 계약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예결위 소속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30일 △한국은 사실상 안방극장을 내주지만 중국은 한국인, 외국인 관광객들만 대상으로 하는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고 △방송주권과 문화주권 침해 가능성이 있음에도 KBS가 국회와 방송위에 통보없이 계약을 진행했고 △‘50% SO’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KBS가 SO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을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의견을 방송위원회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케이블TV업계의 관계자는 “KBS가 드라마, 스포츠채널 등 인기 지상파 재송출 프로그램공급원(PP)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어, 이들 PP와의 계약 유지를 담보로 CCTV-9를 송출 채널에 넣으라고 하면 SO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송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까지 전국의 107개 SO는 모두 디지털 수신 방식으로 전환하게 돼 있으며, 현재도 서울, 경기 SO는 90% 이상이 디지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SO에 가입한 시청가구 수는 지상파 방송의 85% 수준이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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