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한 자리’ 의사소통법

  • 입력 2007년 8월 30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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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특기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그냥 애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잘 먹어요."

"그럼 요리를 잘 하시는군요."

"아니요. 뭐 잘 한다고 할 수는 없구요."

현대는 자기표현의 시대다. 그렇지만 주변에는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표현하는데 서툰 여성들이 많다. 대개 여성의 의사소통 능력이 남성보다 낫다고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나 상황에서는 예외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를 제외한 사람들과 만났을 때 조리 있게 얘기하지 못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여성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 취업자가 1000만 명을 넘는 시대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성공적인 사회활동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됐다. 박보경 능률협회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파트너 교수의 도움말로 3가지 상황별로 주부의 성공적인 의사소통 연출법을 알아봤다.》

●취업 면접 볼 때

면접은 누구에게나 떨리는 상황이다. 특히 면접 상황에 익숙하지 못한 주부들은 질문을 받으면 이것저것 늘어놓으려는 경향이 있다.

면접관이 "자신의 장점에 대해 얘기해보세요"라고 질문을 했다고 치자. 장점을 나열하기 보다는 하나의 장점이라도 그것이 회사에 어떤 이익을 줄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대답하지 말고 3, 4초간 생각을 가다듬는 것이 좋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답해버리면 자칫 성격이 급하고 생각 없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도 중요하다. 긴장된 상황에서 천장이나 벽을 바라보면서 얘기하는 여성이 많다. 평상시 눈썹을 들었다 올렸다는 연습을 하면서 안륜걸(눈을 둘러쌓고 있는 근육)을 풀어줘야 자연스런 눈 표정을 지을 수 있다.

평소 다른 주부들과 수다 떨 때는 큰 소리를 내다가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웅얼거리거나 작은 목소리를 내는 주부들이 있다. 사회생활에서 힘없는 목소리는 능력과 의욕 부족으로 해석된다. 면접 며칠 전부터 하루 10분씩 투자해서 소리 내어 글을 읽는 연습을 해보자.

●자녀의 학교 선생님을 만날 때

자녀가 공부를 잘 하고 못 하고는 나중 문제다. 선생님을 보면 먼저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자. 선생님은 엄마의 인상과 분위기를 통해 자녀의 인성과 교육환경까지 평가한다. 또 인사를 건넬 때는 "OO엄마 OOO입니다"라며 자신의 이름까지 밝혀 학부모로써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또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칭찬하면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선생님의 칭찬에 대해 "뭘요. 학교에서나 그러죠. 집에서는 안 그래요"라며 지나치게 겸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신 없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 그럴 때는 "그렇게 봐주셨다니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라고 상대방에 대한 신뢰의 태도를 보이면 상대방도 기분이 좋다.

●자녀의 고민을 들어줄 때

여성은 남성보다 사소한 몸짓이나 대화에서 상대방의 기분을 읽는데 능하다. 자녀가 말수가 적어지거나 침울해 있으면 그냥 화가 풀릴 때까지 내버려두지 말고 "지금 화난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니"라고 물어보면서 아이의 감정을 헤아려주자.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얘기할 때 말을 자르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다.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말을 자르며 "너, 그 친구 만나지 말랬지.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면 아이는 다시는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을 것이다.

또 성적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너 가르치고 있는 줄 알아"하면서 말을 가로막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자녀의 손을 잡아주고 눈을 바라봐주며 가끔 고개를 끄덕거리면 아이는 대화 상대로서 부모에게 신뢰를 보낸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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