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듯한 설정 볼만한 연기… 영화 ‘내 생애 최악의 남자’

  • 입력 2007년 8월 3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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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잠이 든 남녀가 다음 날 침대에서 깨어나 ‘꺅!’ 하고 비명을 지른다.

영화나 TV 드라마에 흔하게 등장하는 대표적인 ‘클리셰’(진부한 표현). 주인공들은 헝클어진 머리로 일어나 이불을 걷어 보면 둘 다 옷을 벗고 있다.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남녀끼리 하룻밤을 지새웠는데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게 가능할까?

30일 개봉하는 영화 ‘내 생애 최악의 남자’(감독 손현희)에서는 이런 사건이 이틀 연속 벌어진다. 10년 지기였던 성태(탁재훈)와 주연(염정아)은 “2차 가자더니 그게 2차야?”라고 서로를 원망하다가 결국 결혼식을 올린다.

영화는 결혼한 다음 서로에게 새로운 이상형이 나타난다는 설정이다. 광고회사 PD인 주연에게는 귀엽고 쫙 빠진 연하의 광고 감독 재훈(신성록)이 나타나고, 출판사 직원인 성태를 S라인의 편집장 미연(윤지민)이 유혹한다. 그러나 새로 나타난 이상형들도 미성숙한 존재이긴 마찬가지다. 이후 영화는 ‘맞바람’과 ‘섹시 코미디’로 흘러간다.

탁재훈의 슬랩스틱 몸 개그와 염정아의 봉춤, 윤지민과 탁재훈의 이상야릇한 요가체조, 뮤지컬 배우 출신의 신성록과 염정아의 커플댄스…. 영화 속에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자극적인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진부한 설정과 ‘뜬금없는’ 볼거리보다 의외로 탁재훈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가수에서 개그맨으로, 코미디 영화의 특급 조연으로 활약하던 그는 특유의 애드리브 외에도 동정심을 자아낼 만큼 메마르고 지친 내면연기를 진지하게 선보인다. 동사무소 직원,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인 등으로 카메오 출연하는 신현준, 김미려, 김선아, 신이 등도 마치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하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15세 이상.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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