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前비서관과 친분 건설사주 김씨 54억 특혜보증 의혹

  • 입력 2007년 8월 29일 2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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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소개로 정상곤 국세청 국장에게 1억 원의 뇌물을 전달한 부산의 건설업체 사주 김모(41) 씨가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기 위해 정부 출연 공공기금의 보증을 받는 과정에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씨는 지난달 17일 허위 서류를 만들어 정부 출연 공공기금인 기술신용보증기금(기술신보)과 신용보증기금(신보)으로부터 보증을 받아낸 뒤 금융기관으로부터 60여억 원을 대출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사기)로 부산지검에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0년 4월에서 2003년 4월 사이 자신이 실소유주인 J건설과 H토건의 공사수주계약서 등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기술신보 부산 서면지점에서 41억2000만 원, 1999년∼2003년 4월 사이 신보 부산지점에서 12억9300만 원의 보증을 받았다.

김 씨는 이렇게 받아 낸 보증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60여억 원을 불법 대출받아 개인 용도로 빼돌린 뒤 두 건설사를 폐업시켜 기술신보와 신보에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기술신보 관계자는 "보증 심사에서 제출 서류의 진위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 허위 문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김 씨의 계약서가 통과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신보 관계자는 "연간 매출액이 50억∼60억 원가량 되면 보증이 가능한 데 H토건은 2002년 매출이 120억 원을 넘어서 보증 조건을 갖췄다"며 "H토건이 허위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2005년 건설 관련 단체에 신고한 H토건의 매출은 100억 원가량이었으며 2004년 이전의 매출은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6월 대출금의 일부를 갚은 뒤 구속적부심이 있기 전날인 지난 달 26일 나머지 대출금 전액을 갚고 27일 풀려났다.

당시 재판부는 "김 씨가 피해액을 대부분 갚은 데다 피해자들이 김 씨가 계속 사업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보증금 3000만 원에 석방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김 씨는 부산 연산동 아파트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허위 토지매매계약서를 작성해 38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어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횡령금액이 많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한편 정 국장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해온 부산지검은 이날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사건이 이미 기소됐고 정 전 비서관이 돈을 받았다는 혐의가 없기 때문에 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도 "부산지검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며 "기소해서 재판이 진행 중인데 수사는 종결된 것 아니냐"고 말해 수사 확대 의지가 없음을 비쳤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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