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시민 입맛 소금에 절어”

  • 입력 2007년 8월 29일 0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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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 입맛이 이렇게 짠 음식에 길들어 있다니….”

대구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인 S사에 다니는 김영식(51) 씨는 24일 회사 회의실에서 대구시건강증진사업지원단이 실시한 미각 판정에 참가한 뒤 적잖게 놀랐다.

50대 초반인 그는 등산과 배드민턴 등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해 왔다.

하지만 이날 그는 ‘지금보다 훨씬 싱겁게 먹지 않으면 고혈압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에 걸릴 수 있다’는 검사 결과를 통보 받은 뒤 앞으로 짠 음식을 삼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날 실시한 미각 판정 결과 이 회사 직원 52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평소 짠 음식을 좋아하는 입맛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짠 음식을 즐겨 먹는 시민들의 염분 섭취를 줄이기 위해 대구시가 마련한 ‘싱겁게 먹는 직장 만들기 사업’이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실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구시는 지역 16개 업체의 근로자와 단체급식소 조리종사자 등 5000여 명을 대상으로 7월부터 11월까지 싱겁게 먹는 직장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이연경 교수와 대학원생 등 미각판정팀과 강사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대구시건강증진사업지원단이 찾아가 직원들과 조리종사자를 대상으로 짠 음식을 섭취하는 실태와 개인 미각 등을 조사한 뒤 싱겁게 먹어야 하는 이유와 싱거운 음식 조리법 등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사업을 위해 개발된 교육 프로그램은 매주 1회 30분씩 5주에 걸쳐 체계적으로 진행되며 지금까지 3개 업체 90여 명이 이 교육에 참가했다.

이들 가운데 짠 음식 맛을 선호하는 것으로 미각 판정을 받은 직장인들은 ‘내 입맛이 이렇게 짠 음식에 길들어 있는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북대 이연경 교수는 미각 판정을 위한 시료와 도구를 자체 개발해 현재 특허 출원을 검토 중이다.

이 교수는 “최근 대구시와 공동으로 시민 1644명을 대상으로 식생활 염분 섭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운 797명이 성인병이 우려될 정도로 짜게 먹는 것으로 조사돼 싱겁게 먹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이 사업에 대한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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