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실장-장윤 스님, 커튼 뒤에 숨은 채 판박이 대리회견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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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 학위 사건에 휘말린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유공자 격려 오찬에 참석해 눈을 감은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제  기자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 학위 사건에 휘말린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유공자 격려 오찬에 참석해 눈을 감은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제 기자
■ 의혹 키우는 의혹 당사자들

“만났다. 그러나 신정아 씨에 대해서는 얘기한 바 없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허위학력 폭로자인 장윤 스님과 이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의 기자회견 내용은 거의 똑같다. 내용뿐만이 아니라 형식도 같다. 당사자들은 커튼 뒤로 숨고 ‘대변인’을 내세워 말을 전하고 있다.

28일 조계종 총무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계종 기획실장인 승원 스님을 통해 장윤 스님이 밝힌 신 씨 관련 내용은 변 실장의 해명보다도 더 부실하다. “변 실장을 만나 전등사 등의 여러 가지 현안 문제를 상의한 것은 사실이나 이 과정에서 변 실장이나 또 다른 어떤 사람에게서도 회유나 협조의 부탁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 실장은 그나마 “두 번째 만남에서 장윤 스님이 동국대의 여러 갈등 사안을 거론해 ‘어떤 문제든 갈등을 지나치게 확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동국대의 여러 갈등 사안’ 중 핵심은 신 씨 문제로 빚어진 전현직 이사진 간의 갈등이다. ‘신정아’만을 쏙 빼고 동국대의 갈등을 얘기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과테말라에 있던 변 실장에게서 전화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장윤 스님은 부인했다. 또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반어법으로 한 얘기를 한 이사장이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 씨의 허위학력을 폭로했는데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임돼 비아냥거리는 형식으로 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 대해 한 이사장은 “학력 의혹과 관련해 처음 통화했을 때 장윤 스님이 신 씨의 학위가 가짜고, 논문도 표절했다고 하더니 왜 뒤늦게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 ‘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은 학위가 조건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는지 모르겠다”며 “난 당시 장윤 스님이 반어법이라기보다 종교인으로서 신 씨를 안타깝게 여겨 그런 말을 한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조계종을 통한 간접 해명에도 불구하고 폭로의 당사자이면서 무대에 나서지 않는 장윤 스님의 잠행(潛行)을 둘러싼 구설은 계속되고 있다. 변 실장이 장윤 스님과 만나 신 씨의 허위학력 폭로를 무마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23일. 그러나 장윤 스님은 기사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5일이 지난 뒤에야 다른 사람을 통해 해명했다.

이날 승원 스님은 “어제 연락이 안 되던 장윤 스님이 전화를 해와 통화를 했다”며 “사실과 다르게 신문과 방송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다루다 보니 (본인이 나서 해명하기에는) 스스로 많은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5일간 시간을 벌면서 변 실장의 해명에 맞춰 자신이 할 말을 짜 맞췄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신 씨의 학위 위조 사건과 관련해 “대부분의 대학이 (교수 채용 시) 학위를 확인하고, 그 분야에서 누가 공부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을 뽑은 데는 다른 요인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신 씨가 교수로 채용된 ‘다른 요인’이 무엇인지 적시하지 않았으나 정상적인 학사 절차 외의 요인이 신 씨 채용에 작용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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