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평화재단 “북핵 낙관대응, 환자 살리는 길 아니다”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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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캐피탈호텔에서 열린 한미안보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북한의 주요 문제와 처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맹 의장, 이항열 미 셰퍼드대 교수, 길영환 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 김동현(전 미 국무부 한국어 통역) 고려대 연구교수. 이훈구 기자
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캐피탈호텔에서 열린 한미안보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북한의 주요 문제와 처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맹 의장, 이항열 미 셰퍼드대 교수, 길영환 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 김동현(전 미 국무부 한국어 통역) 고려대 연구교수. 이훈구 기자
《북한이 최근 핵 폐기에 관한 6자회담 2·13합의의 초기 조치 이행에 나섰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북한이 대남적화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안보 환경은 여전히 긴장 상태다. 특히 한미동맹의 이완에 대한 우려는 노무현 정부 내내 가시지 않았다. 한미안보연구회(공동회장 김재창 예비역 대장,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는 23,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캐피탈호텔에서 ‘한미 안보동맹의 새로운 방향-기본으로 돌아가자’를 주제로 제22차 연례 학술대회를 열었다. 본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미국 헤리티지재단, 한미우호협회,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한미군민친선협회가 공동 개최했다. 한국과 미국의 안보전문가 40여 명은 이틀간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북핵 문제의 처방, 한미동맹과 차기 대통령의 과제, 한미 경제협력 과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북핵문제와 처방

국제사회 책임있는 일원되도록 北압박해야

햇볕정책에 밀린 인권문제 더 침묵해선 안돼

2·13합의와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 문제의 해결, 10월 초로 예정된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회의 참석자들은 ‘북한의 평화 공세’를 냉정하게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통해 해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13합의를 통해 북한은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대대적인 원조도 확인받는 등 핵 게임의 승자가 됐다”며 “북한은 2·13합의만을 이행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평화 공세를 통해 충분한 보상을 얻어 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핵에 대한 낙관적이고 관용적인 자세는 당장 마음은 편할 수 있지만 진정으로 환자를 살리는 길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핵 야심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현(전 미 국무부 한국어 통역) 고려대 연구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핵 능력도 유지하려는 유혹이 있겠지만 미국이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해결 회의론자들의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표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핵 문제에서 북한이 투명한지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적 위기와 극심한 물가 상승으로 북한 경제는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중공업과 군수산업에 치중한 경제 구조, 빈부 격차의 확산, 자금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국제사회의 원조로도 경제 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핵 문제 접근에서 인권도 주요 의제로 등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맹 의장은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인권”이라며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에서 인권 문제가 뒤로 밀리면서 북한 주민의 참상, 탈북자 및 납북자 문제가 의도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정권의 유일한 정권 유지 수단은 공포에 의존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50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었으며 20만 명이 정치수용소에서 신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제 독재정권이 자행하는 인류의 범죄에 국제사회가 침묵만 지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기대통령의 외교정책

안보 우선순위 두고 한미동맹 강화를

참석자들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외교정책에 좀 더 중점을 둬야 하며 그 핵심은 한미동맹의 강화라고 강조했다.

김충남 미국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연구위원은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외교안보정책이 중요한데도 한국 정부는 안보 문제에 대해 관심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외교정책의 문제점으로 △국가 전략을 안보 우선 전략에서 남북 화해 전략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했고 △대북정책만 중시하면서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 혼선이 생겼으며 △정치적 고려가 대외 관계를 좌우하고 아마추어리즘이 팽배해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차기 대통령은 외교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 이익에 따른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안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한미 안보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 안보동맹의 이완 움직임이 차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윌리엄 드레넌 미국평화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인들은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한국 안보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미국이 한미동맹을 더 필요로 하고 이에 매달린다’는 생각이 많아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미동맹에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진전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 주기 위해 거친 형식의 평화협정 제안이 나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 국민의 안보의식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에 나선 문영한 육군사관학교 초빙교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결정 등으로 민족적 자부심을 얻은 대신 많은 것을 잃었다”며 “차기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 과정에서 전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향군인회 정창인 박사도 “햇볕정책은 의도와 달리 김정일 정권의 유지에 도움을 줬으며 한미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동맹이 균열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일부 참석자들은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토론자로 나선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미국 아시아태평양안보문제연구센터 연구원은 “한미동맹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쇠락의 징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이라크 파병의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등 한국과 미국은 항상 서로의 편에 서 왔다”며 “좌파에만 비난의 화살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와 한미동맹

양국 경제적 이해관계 커지면서

美, 한반도 안보문제 더 적극대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한국과 미국 양자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윈 게임’이라는 데는 참석자들 사이에 견해차가 없었다. 또 한미 FTA가 경제적 효과에 그치지 않고 한미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참석자들은 전망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미 FTA를 통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협상 능력을 확보했으며 이는 앞으로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과의 FTA 협상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브래드퍼드 미 브리검영대 교수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장기적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6% 증가, 금액으로는 410억 달러(약 38조6000억 원)의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미국과의 관계가 공고해지면 북한에 대처하는 양국 간 공조체제도 강화되고 양국 국민 간의 감정도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론자로 나선 허욱 미국 밀워키 위스콘신대 교수도 “FTA 체결을 통해 한미 양국의 교역량이 증가하면 미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커질 것”이라며 “이를 지키기 위해서도 미국은 한반도 안보 문제에 더 적극성을 띠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리=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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