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 입성한 李 “선대위 내달말 구성”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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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당무보고 받아… “원내대표 선거 캠프서 개입말라”


촬영:이종승기자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 지향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개발에 집중하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 처음 출근해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 후보가 경선에서 다른 주자와 차별화하며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비전’과 ‘미래 지향적 정책’ 화두를 본선에서도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당사에 마련된 후보실에서 주요 당직자들에게서 4시간 반 동안 당무 보고를 받았다. 이 후보는 주로 보고를 들었지만 경제 분야와 관련된 보고에서는 중간중간 되묻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선준비단은 가급적 빨리, 선거대책위원회는 9월 말 발족해야’=이 후보는 “대선을 준비하는 대선준비단은 가급적 빨리 구성하고 선대위는 9월 말 구성하면 될 것”이라며 “후보 비서실장 등 당직 인선은 이르면 주말 정도에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나경원 당 대변인이 전했다.

현재 인사설이 나오는 당직은 후보 비서실장과 사무총장, 대변인 등이다. 물망에 오른 인물은 비서실장의 경우 임태희 권철현 최병국 의원과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 등이다. 사무총장에는 권오을 이방호 안경률 의원이, 대변인에는 나경원 의원의 유임설과 함께 박형준 정종복 의원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의중이 드러난 적이 없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의 발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후보는 27일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도 했다. 그는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들끼리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어떤 분들이 등록했는지도 모르고 이 부분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의) 캠프에 소속됐던 의원들이 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학적 근거에 따른 점진적 변화 이뤄야’=이 후보는 이날 ‘실질적이고 점진적인 당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을 지난 선거와 똑같이 치르지 말자. 관례에만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조화하고 첨가하자”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당장 CI(기업이미지) 전문가에게 한나라당의 이미지가 어떻게 비치는지 세분해서 조사하도록 용역을 주라”면서 “한나라당 스스로 수구 보수라고 하지 말고 국민이 한나라당 하면 수구를 생각하는지, 경제를 떠올리는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홍보도 모두 전문가에게 맡기자. 후보가 간섭하면 망칠 수 있다”며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선 과정에서 홍보와 영상분야가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 뒤졌다는 평가가 나왔던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정책과 공약에 대해서도 “실질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라”면서 “교육 문제라고 하면 학비를 실제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오찬을 위해 잠시 자리를 뜨면서 당사 기자실을 둘러본 뒤 기자들이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의견을 묻자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기자들이 좋다는 식으로 해야지”라면서 “그런데 왜 임기 말에 갑자기 그런 식으로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촬영:이종승기자

▽‘올해는 다른 선물을 하고 싶다’=이 후보는 이날 국민검증위원회, 경선준비위원회 등 경선을 관리했던 실무진과 오찬을 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검증을 받을 때는 검증위원회를 다시 보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경선이 끝나니 가장 먼저 떠오르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다”라며 “그 과정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었고 더 배울 수 있었다. 본선 과정에서도 애프터서비스를 해 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 주최 워크숍에 들렀다. 그는 ‘부인 김윤옥 씨에게 가장 미안한 일이 무엇이냐’는 보좌진 협의회 회원들의 질문에 “결혼기념일에 매년 장미를 선물했는데, 집사람이 다른 선물을 안 준 것을 섭섭하게 생각한다고 들었다”면서 “대선일인 12월 19일은 내 생일이자 결혼기념일인데 올해는 뭔가 (다른 걸) 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경선에서 정부가 보여 준 모습은 아직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불편한 심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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