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렇게 끌려 다니기만 할 것인지, 정말 답답하다. 원칙에 따라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해야 할 텐데도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모양새이니 주권국가로서의 체통은 뒷전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게 뭔가. 오히려 북은 이런 우리를 얕보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뿐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더욱 가관이다. NLL이 휴전 이후 54년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 역할을 해 왔음에도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NLL은 영토개념이 아닌 안보개념”이라고 말했다. 마치 북의 요구대로 NLL 재설정이 가능하다는 투다.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테이블에 NLL 문제를 의제로 올리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군 장병들이 피 흘리며 지켜 온 우리의 영토를 정상회담 선물로 북에 진상이라도 할 생각인가.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NLL은 실체가 있는 영토개념”이라면서 “(NLL 문제는) 먼저 장관급 회담 등 실무 차원에서 의견을 조율한 뒤 양측 간 합의의 토대가 이뤄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논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안보 주무장관이면서 군 최고 수뇌로서 이 장관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면서 NLL이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다뤄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지극히 옳은 태도다.
북이 정상회담을 핑계로 우리의 대북(對北)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남남(南南) 갈등을 촉발하는 책동을 일삼더라도 군은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 또한 정부가 ‘정치 바람’에 휩쓸려 부화뇌동하더라도 군은 중심을 바로잡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안보는 태산처럼 든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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