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전방위적 軍 흔들기에 말려들지 말아야

  • 입력 2007년 8월 22일 2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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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그제 논평을 통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을 ‘군사적 도발사태’라고 비난하면서 중단을 요구했다.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고려해 양적, 질적으로 훈련을 축소해서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듭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당초 이와 함께 실시하려던 국군의 야외기동훈련인 화랑훈련을 9월 이후로 연기한 것도 창피한 일인데 20일의 국무회의는 예년과 달리 비상근무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진행됐다.

언제까지 이렇게 끌려 다니기만 할 것인지, 정말 답답하다. 원칙에 따라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해야 할 텐데도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모양새이니 주권국가로서의 체통은 뒷전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게 뭔가. 오히려 북은 이런 우리를 얕보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뿐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더욱 가관이다. NLL이 휴전 이후 54년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 역할을 해 왔음에도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NLL은 영토개념이 아닌 안보개념”이라고 말했다. 마치 북의 요구대로 NLL 재설정이 가능하다는 투다.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테이블에 NLL 문제를 의제로 올리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군 장병들이 피 흘리며 지켜 온 우리의 영토를 정상회담 선물로 북에 진상이라도 할 생각인가.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NLL은 실체가 있는 영토개념”이라면서 “(NLL 문제는) 먼저 장관급 회담 등 실무 차원에서 의견을 조율한 뒤 양측 간 합의의 토대가 이뤄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논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안보 주무장관이면서 군 최고 수뇌로서 이 장관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면서 NLL이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다뤄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지극히 옳은 태도다.

북이 정상회담을 핑계로 우리의 대북(對北)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남남(南南) 갈등을 촉발하는 책동을 일삼더라도 군은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 또한 정부가 ‘정치 바람’에 휩쓸려 부화뇌동하더라도 군은 중심을 바로잡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안보는 태산처럼 든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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