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바람…출판계 스토리텔러-작가 역할분담

  • 입력 2007년 8월 2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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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온 책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예담)는 독특한 부제가 붙어 있다. ‘인문실용소설.’ 연암 박지원의 글과 생애를 다룬 ‘소설’을 통해 연암의 글쓰기를 배우자는 취지다. 이 책의 저자는 2명이다. 소설가 설흔 씨와 박현찬 스토리로직 대표. 글은 설 씨가 썼지만 아디이어와 기획, 구성은 박 대표의 몫이었다. 박 대표의 역할은 스토리텔러(storyteller) 또는 스토리텔링 디렉터로 불린다.

최근 경제실용서 부문에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엮은 책이 많다. 해외에서도 ‘비즈니스 팩션(정보+픽션)’으로 불린다. “실용 정보를 편하게 읽고 싶은 독자와 이해가 맞아떨어진”(유정연 흐름출판 대표) 출판 트렌드다.

박 대표는 정보를 이야기로 구성하는 일을 맡는다. 실용적인 이야깃거리를 듣고 ‘책감’이다 싶으면 독자 타깃을 정한다. 독자층에 따라 정보 전달 방식과 윤곽을 잡은 뒤 전담 작가를 섭외해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책을 완성한다.

“모든 픽션은 정보를 전달합니다. 정보는 그 자체로 이야기(픽션)죠. 그러나 좁은 의미에서 출판 스토리텔링은 협력과 재구성이 핵심입니다. 공동 작업을 통해 정보를 독자에게 편한 형태로 가공하는 거죠.”(박 대표)

정보를 이야기로 바꾸는 과정에서 전문 스토리텔러가 참여하기도 한다. 소설 형태로 쓴 ‘12개의 전략 메모’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책의 원전은 박종안 한국창의력센터 대표가 쓴 ‘한국형 창조전략’으로, 읽기가 어려워 시장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스토리텔링 디렉터 김현수 씨가 이 책을 다시 소설로 바꾼 이후에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 씨는 “어떤 책이든 궁극적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며 “책은 작가만의 고뇌로 써야 한다는 순정주의를 버리면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이 훨씬 다양해진다”고 말했다.

작가나 저자들도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소설 ‘영원한 제국’의 이인화, ‘불멸의 이순신’의 김택환, ‘럭키 경성’의 전봉관 씨 등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학회’를 최근 설립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맞는 이야기 구성을 위해 공동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전봉관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국내 출판이나 영화업계가 작은 충격에도 휘청거리는 것은 문화 콘텐츠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정보 처리 시스템을 갖추려면 스토리텔링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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