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수도원, 세파에 지친 영혼 보듬다

  • 입력 2007년 8월 2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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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니더작센 주 하노버의 부르스펠데 루터교 수도원.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독일 니더작센 주 하노버의 부르스펠데 루터교 수도원.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유럽의 수도원과 성지가 붐비고 있다.

종교개혁기에 가톨릭에서 루터교로 돌아선 이후 오랜 쇠퇴기를 겪은 독일의 개신교 수도원들이 요즘 정신적 안식을 얻기 위해 찾는 사람들로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고 주간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도 남부 피레네 산맥의 루르드 등 가톨릭 성지가 해가 갈수록 더 많은 신자로 붐비고 있다고 일간 르 피가로가 16일 보도했다.

독일 니더작센 주 하노버의 900년 된 부르스펠데 수도원에는 최근 자동차 회사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신진 간부 15명이 찾아 묵상의 시간을 보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몇 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이 수도원에 들어서면 휴대전화 등 외부와의 연락 수단을 내려놓아야 한다. 수도원 뜰을 거닐다 명상과 찬송의 시간을 갖고 식사를 하고 한두 차례 예배를 드리고 나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이런 조용한 생활을 찾아 니더작센 주의 수도원을 방문한 사람만 지난해 약 20만 명에 이른다.

니더작센 주 뷜핑하우젠 수도원에서 방문객을 돕는 수잔 수녀(루터교 수녀)는 “최근에는 언론과 광고 종사자, 기업체 사람들이 특별한 목적 없이 잠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신학 교수이자 베네딕토회 수사였던 풀베르트 슈테펜스키 씨는 “합리성에 지친 개신교인들이 새로이 영적인 것을 갈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달 15일 성모승천일을 맞아 루르드 성지에 3만 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가 모여 미사를 드렸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사크레쾨르 성당, 북부 해안의 몽생미셸 등과는 달리 루르드는 관광객보다는 순례자가 많이 찾는 성지다.

성녀 안을 위해 지난달 25일 생트 안 도레 성지에서 열린 기도 모임엔 1만 명이 넘는 신자가 밤 12시 무렵까지 자리를 지켰다. 26일에는 그를 위한 미사가 열렸다.

이 성지의 앙드레 키예비츠 신부는 “정기적인 미사 참석자와 신부의 수가 줄고 교구의 수도 줄고 있지만 그만큼 성지가 점점 더 영적인 갈증을 해소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 르 퓌앙블레 성지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어가는 생 자크 순례길의 출발지 중 하나. 이 순례길은 중세 이후 이어져 오고 있다.

생 자크 순례자들을 위해 열리는 이곳 성당의 오전 7시 미사의 경우 참석자가 1999년 이후 매년 20%씩 늘고 있다. 이달에는 신자들의 고해성사 등을 받느라 신부 3명이 움직여도 손이 모자랐다고 르 피가로는 전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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