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꿈나무 ‘아트사커’ 잠재웠다

  • 입력 2007년 8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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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앉은 한국축구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의 중앙수비수 임종은(오른쪽)이 18일 페루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웅크리고 앉아 허탈해하고 있다. 반면 페루 선수들은 홈팀인 한국을 맞아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자 서로 얼싸안은 채 기뻐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주저앉은 한국축구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의 중앙수비수 임종은(오른쪽)이 18일 페루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웅크리고 앉아 허탈해하고 있다. 반면 페루 선수들은 홈팀인 한국을 맞아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자 서로 얼싸안은 채 기뻐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나이지리아, 순발력 앞세워 프랑스에 2-1… 일본도 아이티 3-1 눌러

‘검은 대륙의 미래’가 ‘아트 사커 꿈나무들’의 기를 꺾었다.

19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2007 17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축구대회 D조 1차전.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가 유럽 최강 프랑스를 2-1로 누르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2001년 트리니다드토바고 대회 결승에서 프랑스에 1-3으로 패했던 나이지리아는 이날 프랑스를 압도했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뛰어난 순발력과 기술로 관중 8500여 명의 탄성을 자아냈다.

투 톱으로 나선 가니유 오세니와 매컬리 크리산투스 콤비, 공격형 미드필더 라비우 이브라힘과 오른쪽 날개 킹 오상가가 펼치는 빠른 드리블에 이은 원터치 패스에 프랑스 수비라인은 번번이 뚫렸다. 김남표 대한축구협회 기술국 위원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프로에서 뛰어도 손색없는 기량을 갖췄다. 프랑스 선수들이 한 수 아래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일본은 아이티를 3-1로 제압했다.

울산에서 열린 C조 경기에서는 스페인이 보얀 크르키치와 호르디가 나란히 두 골씩 터뜨려 처음 본선에 진출한 온두라스를 4-2로 꺾었다.

한편 18일 열린 A조 경기에서는 한국이 페루에 0-1로 졌고 B조에서는 북한이 잉글랜드와 1-1로 비겼다. B조의 브라질은 뉴질랜드를 7-0으로 대파하고 네 번째 정상을 향해 순항했다. 브라질의 파비뉴는 경기 시작 9초 만에 선제골을 터뜨려 국제축구연맹(FIFA)주관 대회 역대 최단시간 골(종전 11초)의 주인공이 됐다.

광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울산=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서귀포=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19일 전적

△C조

스페인 4-2 온두라스

아르헨티나 0-0 시리아

△D조

나이지리아 2-1 프랑스

일본 3-1 아이티

▽18일 전적

△A조

페루 (1승) 1-0 한국(1패)

코스타리카(1무) 1-1 토고(1무)

△B조

북한(1무) 1-1 잉글랜드(1무)

브라질 (1승) 7-0 뉴질랜드(1패)

▼ 조직-공격력 뛰어난 북한, 다크호스 떠올라▼

17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 결과 남북 청소년대표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 ‘기대 이하’, 베일에 싸인 북한은 ‘예상을 뛰어 넘는 경기력’이라는 평가다.

박경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의 경우 비교적 만만한 팀이었던 페루를 상대로 지난 2년 6개월 동안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조직력이 형편없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 미드필더와 공격수 간의 패스 연결이 잘 이뤄지지 않았고 흐름이 자주 끊기는 바람에 어려운 경기를 했다.

특히 플레이메이커 윤빛가람과 최전방 공격수 배천석 김정현과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모두 중앙에 몰리는 바람에 측면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고 페루의 후안 호세 오레 감독은 “한국팀의 움직임이 좋지 않았고 패스도 느렸다”고 평가했다.

반면 북한은 강팀 잉글랜드를 상대로 조직력과 공격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잉글랜드 선수단조차 1-1로 비긴 것을 다행으로 여길 만큼 북한은 위력적이었다.

북한은 중앙에서 강한 압박을 펼쳐 경기 흐름을 지배했고 최전방 공격수 박광룡 안일범 임철민(후반 교체)을 비롯해 미드필더인 오진혁 이명준은 위력적인 중거리 슛으로 상대를 흔들었다. 북한은 슈팅수에서도 17-10으로 잉글랜드를 앞섰다.

하지만 ‘첫 경기 변수’를 고려할 때 아직 최종 평가를 내리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한국 대표팀 심리상담을 맡고 있는 한국체대 윤영길(스포츠심리학) 교수는 “16, 17세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시기로 첫 경기에선 심리적 압박감이 심해 평소 실력을 절반도 발휘하기 힘들다”며 “두 번째 경기부터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서귀포=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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