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일민족’ 집착 말라는 유엔 권고 수용해야

  • 입력 2007년 8월 19일 2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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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한국 정부가 제출한 인종차별철폐조약과 관련한 이행보고서를 심사한 뒤 단일민족 국가 이미지를 극복하라고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외국인과 혼혈(混血)을 차별하는 의식의 뿌리는 단일민족에 대한 집착에 있다. 우리 사회가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데도 국민의식과 사회제도는 순수혈통주의라는 편협한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인종적 편협성이 국가발전의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엔의 권고를 수용할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거의 100만 명에 이르렀으나 외국인과 혼혈아에 대한 배타적 감정과 사회적 차별은 여전하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 여성들의 13∼14%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그러나 한국어가 서툴러 법적인 보호를 받기도 힘들다. 법무부 여수출입국사무소 화재로 외국인 수용자들이 불타 숨진 사건에서 보듯이 외국인 근로자 인권 보호와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혼혈아에 대한 차별은 우리 사회에서 1950년대부터 제기된 문제로 세계 최대의 고아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를 자초했다. 작년에는 농촌 총각 10명 중 4명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했다. 농촌 지역에서 미래세대의 구성을 바꾸어 놓을 혼혈 아동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머지않아 미국 프랑스처럼 인종 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할 소지도 커지고 있다. 미래세대의 소모적 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혼혈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순수혈통주의에 대한 집착은 인종차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미국이 초일류 강대국이 된 한 요인으로 외국인들에게 국가의 문호를 대폭 개방해 국가발전에 동력이 될 우수한 인재와 저임 노동력을 동시해 흡수한 것이 꼽힌다. 유엔 CERD는 한국 안에 거주하는 모든 인종 민족 국가그룹들 간의 이해 관용 우의의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초중고교 교과서에 반영하고, 사법공무원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일민족 국가라는 순수혈통주의는 미래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될 수 없는 낡은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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