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받고 해지' 보험사 요구, 사기 아니다

  • 입력 2007년 8월 19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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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수령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사 직원이 보험금을 덜 받는 조건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것은 다른 사람을 속인 '기망(欺罔)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 모 씨는 2000년 10월 장애인 상태가 되면 활동보상자금을, 사망했을 때 사망보험금을 각각 받는 D보험사의 부부형 보험에 들었다. 이후 2003년 10월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뒤 2004년 4월 1급 장애인 후유장애진단을 받았다.

D사는 심사과정에서 정 씨가 보험에 들 때 다른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었고 당뇨병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

보험사 내부에서 보험계약 취소 의견이 나오자 정 씨 담당 직원 김 모 씨는 정 씨의 아내인 진 씨에게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더 이상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내면 활동보상자금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진 씨는 확약서를 써 준 뒤 2억2000만여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하지만 정 씨가 같은 해 6월 숨지자 진 씨와 자녀들은 "보험사의 기망 행위로 사망보험금을 못 받게 됐다"며 사망보험금을 달라고 요구했고 D사는 진 씨 등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보험사에 속아 진 씨가 확약서를 작성해 준 것이 인정 된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D사가 기망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약관상 사망으로 진행하는 단계에서 거치게 되는 일시적 상태는 장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보험금 수령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담당 직원이 진 씨에게 확약서를 받도록 한 것을 기망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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