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드라마 폐막' 씁쓸한 뒷맛

  • 입력 2007년 8월 17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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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당 경선사상 가장 뜨겁고 격했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드라마'가 18일 밤 12시 공식 선거운동 종료를 기해 30일간 이어온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에서 물러나고 박근혜 전 대표가 당대표직을 그만둔 직후인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장외 경쟁까지 합하면 1년2개월의 대장정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는 셈.

이번 경선은 새로운 정당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 검증청문회 도입, 토론회 과정에서의 UCC(사용자제작콘텐츠) 질문도입 등 눈에 띠는 성과도 많았지만 후보 선출이 곧 본선 승리라는 인식이 경선전 전반을 압도하면서 `사생결단식' 경쟁 속에 후보들간의 폭로 고소 고발전 등으로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이번 경선 기간에 후보들의 공개 토론, 연설 기회를 확대했다.

경선 전인 지난 5월29일 광주를 시작으로 6월28일 서울토론회까지 총 4회 정책토론회를 가진데 이어 경선 기간에는 4차례의 TV토론회를 통해 후보들을 국민에게 알렸다.

지역 순회 합동연설회도 지난달 22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17일 서울연설회까지 전국을 돌며 13차례 진행됐다. 각 주자들의 지난 한 달간 공식행사 이동 거리만도 7천㎞에 이른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측 지지자들 간의 제주연설회 몸싸움 등 초반 불상사로 광주연설회 일정이 연기되는 소동도 겪었지만 이후 대체로 무난하게 진행되며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표심 호소의 공식 장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무엇보다 정당사상 처음 시도되는 '실험'들이 많았다.

특히 지난달 19일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실시된 검증청문회는 가장 대표적인 시도다. 한나라당은 5월부터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검증위원회를 꾸려 검증 작업을 벌여왔다.

15명의 검증 위원들은 미국 현지에까지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이-박 두 주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정당사상 처음으로 당의 대선후보 경선 관리업무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권이나 계좌추적권이 없는 검증위의 한계로 인해 검증청문회는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의혹을 검증하는 자리라기보다는 두 주자가해명하는 자리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면죄청문회', '해명청문회'라는 혹평도 제기됐다.

합동연설회나 TV토론도 정책 검증보다는 서로 '말꼬리 잡기'식 정치 공방에 집중되면서 정작 정책이나 도덕성 검증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이번 경선은 '경선 승리=본선 승리'라는 인식 속에 이명박-박근혜 '빅2' 주자간의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사생결단식 `백병전'이 벌어지면서 경선 이후에도 쉽사리 아물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경선기간을 전후해 TV토론회 실시횟수, 여론조사 실시방법 등 경선룰을 놓고 지루한 샅바싸움을 한 것도 옥에 티로 꼽힌다.

두 주자간에는 BBK, 최태민 관련 의혹, '도곡동 땅' 차명의혹, 정권연계설 등을 두고 '과연 같은 당 후보인가'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금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공방을 벌였다.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대표 비방 기자회견 배후에 이 전 시장 캠프 인사가 관여된 것으로 드러나는가 하면 이 전 시장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 부정발급 사건에 박전 대표 캠프 외곽인사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며 충격을 줬다.

또 경선전 막판까지 '후보사퇴론', '후보유고론' 등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경선 이후 '후보 흔들기' 등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검증 등 의미 있는 여러 가지 시도도 많았지만, 실체적 진실이나 의혹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참다운 의미의 검증이라고 보기엔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서 "또 처음 한 두 차례를 제외하곤 정책과 관련된 논란도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정당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면서 "경선 후 한나라당은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 화합과 대통합의 한마당을 만들어 국민의 열망인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전 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은 "정당사상 처음으로 검증청문회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높고, 국민적 관심 속에 치러져 흥행에도 성공한 경선"이라면서도 "그러나 정치사상 이렇게 길고 지루한 네거티브 공세가 있었던 적이 있느냐 싶을 정도로 내용은 아름답지 않은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 최경환 종합상황실장은 "국민에게 한나라당의 역동성을 보여주면서 국민적 관심도, 흥행도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경쟁이 과열된 측면, 국민에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측면도 있었다. 또 당 지도부의 경선관리 중립성 문제도 우리로서는 아쉬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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