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는 어느 증시 애널리스트의 표현처럼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할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교란 요인이 산적해 있습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금감원이 기자실 공사를 강행한 14일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회수되면 외환위기와 같은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까지 했습니다. 이런 마당에 금융 감독 당국의 수장이 작심하고 발표한 정책이 취재 제한 조치라니….
대통령경제보좌관 출신인 김 위원장은 내정 단계에서부터 이른바 ‘코드 인사’라는 지적을 적지 않게 받았습니다. 금융계에선 시장경제 원리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 윤증현 전 위원장과 달리 주요 금융 현안에서 ‘관치(官治)’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본인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지만 벌써부터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금융정책의 기본은 투명성입니다.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밀실에서 만들어 낸 정책은 경제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지요.
취재 제한 조치를 기자들 앞에서 발표한 사람은 책임 있는 당국자가 아닌 선임조사역이었습니다. 금감위나 금감원 고위 당국자들로서도 뭔가 찜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금감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감독 당국 업무의 폐쇄운영으로 이어지는 취재 제한이 아니라 금융시장 투명화와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산적한 금융 현안에 대한 해결 노력을 보이는 모습 대신 취임하자마자 ‘기자실에 대못질하는 데’ 앞장선 김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보겠습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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