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새 금감위장 ‘첫 작품’은 언론통제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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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봉쇄하기 위한 공사를 14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출입기자들이 3층 기사송고실을 오갈 때 전용계단만 이용하도록 하고, 4∼19층에 있는 사무실은 방문하지 못하도록 엘리베이터로 통하는 출입구를 막는다는군요. 이번 금감위 조치가 특히 실망스러운 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된 상황에서 김용덕 금감위원장이 취임 8일 만에 내놓은 ‘첫 작품’이란 사실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의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는 어느 증시 애널리스트의 표현처럼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할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교란 요인이 산적해 있습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금감원이 기자실 공사를 강행한 14일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회수되면 외환위기와 같은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까지 했습니다. 이런 마당에 금융 감독 당국의 수장이 작심하고 발표한 정책이 취재 제한 조치라니….

대통령경제보좌관 출신인 김 위원장은 내정 단계에서부터 이른바 ‘코드 인사’라는 지적을 적지 않게 받았습니다. 금융계에선 시장경제 원리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 윤증현 전 위원장과 달리 주요 금융 현안에서 ‘관치(官治)’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본인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지만 벌써부터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금융정책의 기본은 투명성입니다.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밀실에서 만들어 낸 정책은 경제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지요.

취재 제한 조치를 기자들 앞에서 발표한 사람은 책임 있는 당국자가 아닌 선임조사역이었습니다. 금감위나 금감원 고위 당국자들로서도 뭔가 찜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금감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감독 당국 업무의 폐쇄운영으로 이어지는 취재 제한이 아니라 금융시장 투명화와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산적한 금융 현안에 대한 해결 노력을 보이는 모습 대신 취임하자마자 ‘기자실에 대못질하는 데’ 앞장선 김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보겠습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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