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치관 조사]한국 ‘행복지수’ 28위…베트남보다 낮아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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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07년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 실시한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 결과를 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65.93점으로 세계 평균(69점)에도 못 미쳤다. 순위는 37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28위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규모 및 여러 경제지표에서 한국에 뒤지는 멕시코(1위), 트리니다드토바고(5위), 콜롬비아(8위), 말레이시아(9위), 과테말라(15위), 인도네시아(19위), 베트남(22위), 폴란드(23위) 등은 행복지수가 한국보다 높았다.

특히 한국인은 10년 전과 비교해 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1998년의 같은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24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5위(66.04점)였다.

건국대 곽진영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업과 조기 퇴직 등 경제적 상황이 급변해 예상치 못한 인생행로를 겪은 좌절감과 당혹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1995∼1998년 같은 조사에서 1위였던 미국은 10년 만에 10위로 떨어졌다.

행복지수는 ‘매우 행복’ ‘약간 행복’ ‘약간 불행’ ‘매우 불행’ 등 4개 항목의 응답에 각각 100점, 66점, 33점, 0점의 가중치를 둬 평균을 낸 것이다.

한국인은 건강상태 지수에서도 63.29점으로 37개국 중 20위로 1995∼1998년 조사(24개국 중 9위)에 비해 낮아졌다. 이 조사에서 ‘매우 좋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13.1%였다.

▽유럽·남미가 아시아보다 이혼·미혼모에 관대=이번 조사결과 아시아 국가가 유럽, 남미 국가에 비해 결혼 및 가족 제도에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을 인정하는 정도를 따지는 ‘이혼 정당화’ 지수 조사에서 한국(4.60)을 비롯한 대만(4.67), 말레이시아(3.57), 인도네시아(2.96), 베트남(2.46) 등 아시아 국가는 ‘1(절대 정당화 안 돼)∼10(언제든지 정당화)’ 척도에서 모두 5 이하를 보였다.

한국은 37개국 중 29위로 이혼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답했다. 1995∼1998년 조사에서도 한국은 4.13으로 24개국 중 22위로 이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다만 일본은 1995∼1998년 조사에서 11위, 이번 조사에서는 10위(6.45)로 상대적으로 관대했다.

반면 안도라(8.72), 스웨덴(8.38), 우루과이(7.08), 프랑스(6.86), 핀란드(6.77), 독일(6.69), 아르헨티나(6.51), 네덜란드(6.43), 영국(6.40) 등 유럽과 남미 국가가 상위 15위 안에 포진했다. 미국은 5.83으로 17위였다.

한국인은 미혼모를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61.8%가 ‘인정할 수 없다’고 답해 36개국 중 5위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인정할 수 있다’는 비율도 3.5%에 불과해 35위였다.

역시 프랑스, 네덜란드, 핀란드, 칠레, 우루과이,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유럽과 중남미 국가가 ‘인정할 수 있다’는 상위 10위에 들었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하위 10위에 들었다.

한국은 낙태에 대해서는 ‘1(절대 안 돼)∼10(언제든 괜찮아)’ 기준에서 3.52를 기록해 37개국 중 23위로 부정적이었다.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14위), 대만(20위)이 상대적으로 관대했다. 동성애에 대해 한국은 ‘1(절대 안 돼)∼10(언제든 괜찮아)’ 기준에서 2.81을 기록해 36개국 중 29위로 부정적 의견이 강했다. 스웨덴(8.43)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동성애에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고,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15위) 대만(21위) 홍콩(24위) 말레이시아(28위)가 한국보다 관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탈세 안 된다’ 36개국 중 4위=탈세에 대해 한국은 36개국 중 4위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엄격한 태도를 보였다. 1995∼1998년 조사에서도 한국은 24개국 중 5번째로 탈세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탈세에 대한 태도는 일본이 1위, 미국은 14위, 동유럽의 세르비아, 슬로베니아가 각각 35위, 36위였다.

한국은 뇌물수수에 대해 탈세보다 덜 엄격해 이번 조사에서는 37개국 중 16위였다. 1995∼1998년 조사에서는 10위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의외로 이라크가 가장 뇌물수수에 엄격한 것으로 나타났고 인도네시아 5위, 일본 11위, 대만 13위 등이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조사 참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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