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43>水無常形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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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어제 불어온 바람은 오늘 불어온 바람과 다르고, 어제 보았던 달의 모습은 오늘 떠오른 달의 모습과 같지 않다. 사람도 세월을 따라 변한다. 밝은 쪽으로 변하기도 하고 어두운 쪽으로 변하기도 하며, 크게 변하기도 하고 작게 변하기도 한다. 사람이 변하므로 세상도 변한다. 내가 변하면 세상도 변해 보이므로, 내가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고 보면 변화는 실로 무쌍하다.

다양한 변화는 이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변화를 멀리 해서도 안 되고, 더구나 변화를 피하거나 두려워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 나선다. 변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 나서고, 변하지 않는 원리를 찾아 나선다.

水無常形(수무상형)이라는 말이 있다. 常은 항상이라는 뜻인데, 항상적인 것은 곧 일정한 것이므로 이로부터 일정한이라는 뜻이 나타났다. 常道(상도)는 언제 어디에서도 통하는 일정한 도, 즉 영원한 진리이며, 人之常情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는 인간의 일상적인 감정이다. 形은 형체, 모양, 모습이라는 뜻이다.

이를 정리하면 水無常形은 물에는 일정한 형체가 없다는 말이 된다. 흐르는 물을 보면, 물은 항상 다른 모양으로 움직인다. 고여 있는 물도 사실은 항상 움직인다. 물을 둥근 그릇에 넣으면 둥글게 되고, 됫박에 넣으면 네모난 모양이 된다. 물은 그렇게 항상 변한다. 그러나 언제나 물은 물이다. 아무리 변해도 물이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사람도 변한다. 궁할 때와 부유할 때의 자세가 다르고, 권세 있을 때와 그것을 잃었을 때의 모습이 다르다. 도와줄 때와 도움을 받을 때의 표정도 다르다. 그러나 이런 변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물이 아무리 변해도 물이듯이, 사람도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가져볼 필요가 있다. 사람을 믿으면 우선 나의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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