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62주년]中 동북3성 독립운동 기지 “여기가 명당”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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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린 성 룽징 시 비암산에서 바라본 일송정. 뒤로 보이는 말발굽산과 마안산은 독립운동을 위한 중요한 거점이었다. 사진 제공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강위원 교수
중국 지린 성 룽징 시 비암산에서 바라본 일송정. 뒤로 보이는 말발굽산과 마안산은 독립운동을 위한 중요한 거점이었다. 사진 제공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강위원 교수
“광야(廣野)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광복절이 다가와서 그런지 이 넓은 산과 들을 달리던 독립운동가들의 거친 숨소리가 곳곳에 묻혀 있는 듯하고요.”

다큐멘터리 영상작가 강위원(58·경일대 사진영상학부·사진) 교수는 13일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학 부근에 얻은 골방을 나서며 이같이 말했다. 촬영을 나갈 때 카메라 2대와 렌즈, 노트북 컴퓨터, 카메라 고정 장치, 부품과 취재용 자료를 담은 가방을 등과 어깨에 걸머지면 20kg이 넘는다.

강 교수는 근무하는 대학에서 1년 동안 연구년을 받아 올해 3월 베이징에 ‘독립운동 현장 답사’를 위한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동북3성(헤이룽장 성, 지린 성, 랴오닝 성)의 독립운동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담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그가 만주 일대를 뚜벅뚜벅 답사하는 이유는 고구려와 발해의 터였던 이곳이 독립운동의 중요한 무대였기 때문이다.

“동북3성의 면적이 한국의 10배라고 합니다. 이 넓은 땅을 무대로 독립운동을 펼쳤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이제 겨우 일부 현장만 확인했는데 벌써 두꺼운 신발 바닥이 거의 다 닳았어요.” 그는 6개월 동안 7000여 장의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저장했다. 내년 초까지 2만 장가량을 찍을 예정이다.

지린 성 조선족자치주에 있는 명동학교를 비롯해 독립운동 기지였던 창동학교, 은진학교, 광성학교, 북일학교, 용정 성결교회, 명신여학교, 삼원포, 합니하, 신흥무관학교, 상하이임시정부 산하 국민회의의 독립군양성소 등 독립운동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선다.

“독립운동 기지나 학교를 둘러보면서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우선 전망이 좋습니다. 그래야 일본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빨리 알 수 있었겠지요. 또 위험할 때 피할 수 있는 비상 도로가 연결돼 있어요. 우물과 하천이 있어 물이 풍부한 점도 특징이고요.”

그는 “독립운동가 중에 유학자 등 지식인이 많아 풍수지리를 고려해 기지 자리를 고른 게 아닌가 싶다”며 “누구라도 현장에 와 보면 기지의 위치가 상당히 특이하고 요새(要塞)라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월 중순 주중 한국문화원과 중국의 코리아타운인 베이징 왕징(望京)에서 백두산과 항일독립운동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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