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오늘 우산 펼까 접을까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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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브프라임’ 충격파 어디까지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세계 금융시장에 몰고 온 충격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미국 증시는 10일(현지 시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급 추가 지원에 힘입어 개장 초 하락세에서 벗어나 가까스로 안정을 찾았으나 유럽 증시는 약세가 계속되는 등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우려로 10일 주가 폭락을 경험한 한국 증시는 한 주가 시작되는 13일이 향후 흐름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증시의 움직임은 다시 세계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3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이에 따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증시 일단 진정, 유럽은 이틀 연속 급락

10일 미국 뉴욕 증시는 2% 이상 급락했던 전날과 달리 일단 진정세를 보였다. FRB가 초단기 자금을 전날 240억 달러 공급한 데 이어 이날 세 차례에 걸쳐 380억 달러를 시장에 푼 효과가 컸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이 9, 10일 이틀 동안 긴급 투입한 자금은 총 2930억 달러나 됐다.

다우존스산업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0.23%, 0.45% 하락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4% 올랐다. 반면 시가총액에서 금융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유럽 증시는 중앙은행의 총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틀 연속 급락했다. 한국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직접 관련된 한국 금융기관의 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13일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 윤용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금융정책협의회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위험이 확대될 경우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재경부 당국자는 “신용 경색 등 문제가 발생하면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공급을 늘릴 계획”이라며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자산 운용 실태 등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위 당국자는 “13일 회의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에 대해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의미가 큰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 금융시장 변동성 커질 듯

금융업계에서는 각국 중앙은행이 긴급 처방에 나섰지만 위험 요인이 여전히 잠복해 있어 이번 사태의 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강한 조정이 이미 시작돼 2분기(4∼6월)처럼 일방적인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위험 요소가 상존해 있기 때문에 주가는 아래위로 크게 출렁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미국의 영향으로 계속 ‘팔자’에 나서겠지만 개인과 기관의 강한 매입이 주가를 떠받쳐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10일 개인은 사상 최대치인 7411억 원어치를 순매입했다.

원화 가치 약세(원화 환율 상승)와 채권 금리 하락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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