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서 핵 의제로 올려 北포기 얻어내려면…

  • 입력 2007년 8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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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의 핵(核) 문제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이 문제의 의제화 방안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서 북핵 완전 폐기 약속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기존의 북핵 6자회담의 틀을 적극 활용하면서 북한이 1990년대 초반부터 고수해 온 ‘핵문제=대미 협상’이라는 틀을 깨는 한편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에서 남한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른바 비핵화 달성을 위한 ‘대북(對北) 책략’이다.

6자회담 적극 활용=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앞으로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이미 진행 중인 북핵 프로세스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의 양대 합의문인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 따라 마련된 북핵 폐기 로드맵과 2차 정상회담이 선순환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 미국도 이번 회담이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태도다.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북-미관계 개선 의지가 진정이라는 것을 김 위원장에게 직접 설명하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북한도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북한은 현재 6자회담에서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테러지원국 해제 등 정치적 보상과 중유 95만 t 상당의 경제적 지원+α를 노리고 있어 노 대통령의 요구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스스로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영선 서울대 교수는 “선군정치체제인 북한이 남한 대통령에게 비핵화를 선언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며 정부가 북한을 설득하겠다는 의지와 준비도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핵문제=대미 협상’ 틀을 깨라=북한은 1990년대 이후 20년 넘게 진행해 온 핵 문제를 ‘철천지 원쑤’ 미국과의 담판으로 규정하고 체제의 명운을 건 싸움을 벌여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문제의 핵심인 핵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북한의 뿌리 깊은 ‘환상’을 깨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 문제가 한반도의 운명을 가늠할 ‘민족의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를 펴야 한다는 것.

제한적인 수준이었지만 남북 장관급회담에서도 여러 차례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수준의 합의가 있었다. 구체성은 없지만 선언적 수준의 비핵화 의지는 표명해 온 셈.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논의 자체를 회피하지는 않겠지만 핵심은 역시 김 위원장이 얼마나 무게가 실린 비핵화 약속을 할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화룡점정’은 남북관계에서=북한은 체제 생존의 핵심 고리를 미국이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 ‘통미봉남(通美封南)’ 원칙을 고수해 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을 통해 남한이 북한체제 생존의 열쇠를 쥐고 있지는 않다고 할지라도 앞으로 김 위원장 체제의 안정과 번영은 상당부분 남측의 지원 여부에 달려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위원장이 지루한 핵 게임을 벌여 온 것도 본질적으로는 권력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연구교수는 “비핵화 과정에서 이뤄질 평화체제 논의 역시 직접 당사자는 남북한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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