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는 되는데 본즈는 안된다?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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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시청자 “약물 홈런 의미없다” 반응 싸늘
성격 까칠-인종차별 겹쳐… 2% 부족한 ‘흑인선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그가 다닌 초등학교에서 유일한 흑인이었다. 백인 동급생들로부터 나무에 매달리는 시달림까지 당하면서 우즈는 지독한 승부 근성을 키웠고 결국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배리 본즈(43·샌프란시스코)는 우즈가 부러울 만하다. 8일 홈런 신기록을 세웠지만 미국 언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속임수? 아마도. 부끄러움? 확실히(Sham? Maybe. Shame? Defintely)’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칼럼을 올렸다. 케이블 채널 ESPN만 경기를 생중계했지만 시청률은 1.1%에 그쳐 6일 톰 글래빈(뉴욕 메츠)이 역대 23번째 300승을 달성할 때(3%)보다 낮았다. 국내 언론도 이런 외신을 인용해 본즈의 기록에 ‘흠’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영받지 못한 기록’의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본즈가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본즈의 ‘까칠한’ 성격도 한몫 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는 최고의 기록을 폄훼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마크 맥과이어가 단일 시즌 최다 홈런(70개)을 기록했던 1998년. 언론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녔고 공중파 방송 FOX는 맥과이어가 종전 로저 매리스의 기록인 61개에 근접했을 때부터 매일 경기를 생중계했다. 당시 맥과이어는 근육강화제인 안드로 스틴다이로를 복용하고 있었고 많은 언론에서 이를 알고 있었지만 그는 은퇴 후 스테로이드 복용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여전히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베이브 루스는 문란한 사생활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성격도 오만했지만 아직도 ‘최고의 홈런왕’으로 불린다. 맥과이어, 루스와 달리 흑인 행크 에런은 1974년 루스의 기록을 깨뜨릴 때 살해 위협까지 받는 등 많은 백인에게서 협박을 당했다.

본즈는 2004년 보스턴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도시는 너무 인종차별이 심해 보스턴에서 뛸 생각은 없다”고 대놓고 말해 논란이 됐다. 5월 미국의 한 여론조사 결과 본즈의 홈런 신기록을 반대하는 사람은 52%였다. 흑인으로부터는 75%의 지지를 받았지만 백인은 28%만 찬성했다.

우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량으로 ‘흑인 선수’에서 벗어났다. 본즈 역시 최고의 능력을 가졌지만 메이저리그에는 출중한 백인 선수도 많고 흑인 스타도 많다. 본즈가 우즈처럼 되기 힘든 까닭이다.

한때 샌프란시스코에서 본즈와 함께 뛰었던 한화 크루즈는 “대선수인 본즈가 어렵기는 했지만 가끔 신인이던 내게 타격에 대한 조언을 해 주는 등 자상한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본즈의 혐의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본즈 개인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자유지만 그의 기록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존중되어야 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야구광’ 부시, 본즈에 신기록 축하 전화▼

“당신은 위대한 타자… 논란은 역사에 맡기자”

“본즈의 홈런 신기록 논란은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

‘소문난 야구광’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배리 본즈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9일 본즈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신은 위대한 타자다. 또 한 명의 위대한 타자인 행크 에런의 기록을 깼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본즈의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 의혹에 대해 “스포츠 선수의 약물 복용은 반대하지만 본즈의 경우는 사실 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역사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만약 본즈의 힘이 금지 약물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지면 많은 야구팬이 실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본즈는 하루 만에 자신이 보유한 메이저리그 홈런 신기록을 바꿨다.

본즈는 9일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의 홈경기에서 1회 상대 선발 팀 레딩의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날렸다.

시즌 23호이자 통산 757호. 본즈는 2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고 샌프란시스코는 5-0으로 이겼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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