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산 회담’ 특검… 주역들 줄줄이 사법처리

  • 입력 2007년 8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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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한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라는 점으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김 전 대통령은 6·15정상회담 성사 등 남북한 평화 구축에 기여한 공로로 그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6·15정상회담의 그늘도 짙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인 2003년 3월 대북 송금 특검에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한 사실이 밝혀진 것.

당시 특검팀은 “돈이 정상회담 전에 모두 송금됐고 송금 과정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였으며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비밀리에 송금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이 돈과) 정상회담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로 “6·15정상회담은 돈 주고 산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비등해졌다. 정상회담의 주역들은 줄줄이 사법 처리 대상에 올랐다.

회담 성사의 주역이었던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당시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대북 지원금 1억 달러를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게 대신 지급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 대신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000억 원을 대출해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특검에 의해 밝혀졌다.

박 전 장관은 결국 2003년 대북 송금 및 산업은행 불법 대출 알선, 현대 비자금 150억 원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5월에는 비자금 수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같은 해 11월 형 집행 정지로 석방된 후 올해 2월 사면됐다.

또 다른 주역인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이 사건에 연루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임 전 원장은 2004년 5월 사면 복권됐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임 전 원장은 2000년 5월 31일 박 전 장관, 이기호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함께 정상회담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현대에 대한 특별 지원을 결정했다.

이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일반대출보다 금리가 싼 남북경제협력기금으로 현대를 지원하자고 제안했지만 박 전 장관과 임 전 원장은 “그렇게 하면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므로 곤란하다”고 지적한 후 결국 산업은행에 대출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정상회담 성사를 뒷받침했던 정몽헌 회장은 검찰에서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조사받던 2003년 8월 서울 현대 계동사옥 1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자살했다. 그는 비자금 150억 원을 박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정 회장은 투신자살 직전 자신의 사무실에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짓을 했습니다.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저를 여러분이 용서해 주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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