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美독주 막기’ 무력시위

  • 입력 2007년 8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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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상하이협력기구(SCO) 6개 회원국이 참가하는 연합 군사훈련 ‘평화사명-2007’이 9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 우랄 산맥 기슭의 첼랴빈스크에서 대규모로 실시된다.

이번 훈련은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서의 미국의 세력 확장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맞잡고 항미(抗美)전선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은 이에 질세라 6일부터 3척의 항공모함과 28척의 전투함, 300대의 전투기, 2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태평양의 괌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에서의 패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2007 용감한 방패’로 이름 붙여진 미국의 이번 훈련은 13일까지 계속된다.

▽대규모 병력, 최첨단 장비 동원한 다국적 훈련=이번 훈련은 2001년 6월 SCO 출범 이후 회원국 전체가 참가하는 첫 연합 훈련이다.

이번 훈련에 동원된 병력은 3920명으로 대규모다. 러시아가 2090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은 란저우(蘭州)군구 예하의 1600명을 출정시켰다. 카자흐스탄 등 나머지 국가는 100명 이하를 파견했다.

훈련엔 최첨단 장비가 동원된다. 러시아는 초음속 폭격기 9대를 비롯해 13대의 무장헬기 등 46대를 파견했다. 무인정찰기 1대도 참가한다. 중국은 8대의 JH-7A 젠(殲) 폭격기와 16대의 무장헬기 등 46대를 파견했다.

이번 훈련은 중국의 해외 군사훈련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 공군기가 해외에서 훈련에 참가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겉으론 테러 진압… 실제론 연합 항미전선 구축=이번 훈련은 250명의 테러분자가 200명의 인질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SCO 연합군이 테러범을 소탕한다는 내용이다.

훈련 계획에 따르면 9일 SCO 6개국 지도부가 중국의 우루무치(烏魯木齊)에 모여 테러분자를 소탕하기로 결정한다. 11일 각국 군 지휘부가 훈련장인 첼랴빈스크에서 구체적인 작전을 짠 뒤 마지막 날인 17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6개국 정상이 참관한 가운데 실제 작전처럼 훈련을 벌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훈련은 중앙아시아의 테러분자와 민족분열주의자, 종교극단주의자 등 3개 세력을 겨냥한 평화훈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방 군사전략가들은 이번 훈련이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현재 일본 호주 인도를 연결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폴란드가 들어가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에 압박을 받고 있다.

군사분석가들은 특히 250명의 테러범을 소탕하기 위해 4000명 가까운 정예부대와 92대의 공군기를 동원하는 것은 군사전략상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안드레이 골로보추크 러시아 국방위원은 “러시아는 세계에서 미국이 멋대로 독주하는 것을 차단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테러 진압 훈련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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