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무샤라프 “지르가 불참”

  • 입력 2007년 8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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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를 푸는 해법으로 ‘탈레반과 파키스탄의 커넥션’에 기대를 거는 시각이 많다. 9∼11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열리는 아프간과 파키스탄 공동 ‘평화 지르가’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전망은 밝지 않은 듯하다.

▽‘반쪽 행사’에 그칠 평화 지르가=아프간과 파키스탄은 양국 국경에 걸쳐 거주하는 파슈툰 족 고유의 의사결정 회의를 통해 극단주의 세력에 공동 대처하고 양국 간 화합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평화 지르가’를 추진했다.

1883년 영국이 그은 양국 국경선 ‘두란드 라인’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파슈툰 족의 분할 거주는 양국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아프간 남동부와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에 걸친 4100만 파슈툰 족 거주 지역은 탈레반 무장세력의 온상이 됐다.

당초 부족 원로와 종교지도자, 정치인, 언론인 등 양국에서 각각 350명씩 700명이 참여할 예정이던 평화 지르가는 파키스탄 대표 100명이 불참하는 바람에 참가자가 600명으로 줄었다.

탈레반과 밀접한 관계인 파키스탄의 와지리스탄 지역 지도자 60명과 이슬람 야당 연합체(MMA) 지도자들도 불참을 선언했다. 더욱이 이번 지르가에서 연설할 예정이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마저 8일 지르가 불참 의사를 밝혔다.

탈레반은 진작 “이번 지르가는 미국이 조종하고 있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따라서 ‘평화 지르가’가 과연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비관론이 대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지르가는 한국인 피랍 사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하다. 파키스탄 측 참석자 중에는 탈레반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인사가 상당수여서 비록 구속력 없는 합의라도 탈레반에 어느 정도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탈레반-파키스탄 커넥션=파키스탄 북부 지역과 파키스탄 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은 탈레반의 탄생 때부터 밀접한 연관을 맺어 왔다.

실제로 탈레반의 근원 자체가 파키스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물라 오마르를 비롯한 대부분의 탈레반 지도급 인사들은 파키스탄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양성 학교인 마드라사 출신이다.

파키스탄은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저항 세력이었던 무장 세력을 지원하면서부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특히 1994년 탄생한 탈레반에 자금과 무기 공급은 물론 군사훈련을 지원했던 파키스탄 정보부(ISI)는 지금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아프간 가즈니 주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아예 “한국인 피랍 문제에 ISI가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 특사로 아프간에 급파됐던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귀국길에 파키스탄을 방문해 친(親)탈레반 야당 지도자를 만나 협조를 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백 실장이 만난 마울라나 파잘우르 레만 당수도 7일 이번 평화 지르가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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