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준오]反테러 비협조국가 낙인 찍힐라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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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인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사건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테러조직의 한국인 인질 사건이다. 해외 자원봉사를 떠난 23명 가운데 2명은 탈레반에 살해돼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 사건을 보며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생각이 있다. 무고한 사람을 납치해 죽이는 테러조직은 수많은 병사의 무기와 식량 구입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만약 그 자금을 차단하면 탈레반의 테러활동이 축소 내지 소멸되지 않을까.

테러자금조달금지法국회 낮잠

한국에서는 이런 테러자금의 차단을 위해 올 2월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을 비롯한 관계부처의 노력으로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이 국회에 상정됐다. 이 법안은 유엔이 정한 테러행위와 테러자금에 대한 정의 및 테러자금의 모집, 운반, 제공, 보관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법안의 근간은 유엔의 1999년 테러자금조달억제협약, 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 간 정책입안기구인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의 2004년 권고다.

그런데 한국의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 집단의 법률에 대한 이해 부족과 과도한 정치적 주장 탓이다. 법안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부 시민단체는 이 법안이 테러행위와 테러자금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인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난민단체 지원을 테러자금으로 간주하거나 지원단체를 테러조직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 법안이 존재함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의 경제협력 활동을 테러자금 조달 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빌미를 준다는 것이다. 셋째, 일부 국회의원은 ‘테러행위 등을 정의한 테러방지 기본법’을 먼저 마련하자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언뜻 타당한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현실적인 분석을 하면 이들 주장의 모순점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첫째, 여러 정부 부처와 형법 및 국제법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이 법안은 일부 시민단체가 염려하는 자의적 적용이 없도록 국제 기준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난민단체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고 오직 테러자금 조달을 위한 것만 대상이 된다. 둘째, 이 법안은 북한과 같은 하나의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또는 단체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경제협력 활동은 이 법안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셋째, 테러행위 등을 정의한 테러방지 기본법은 벌써 수년 동안 논의돼 왔지만 각 기관의 이해 상충으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이 유엔 협약을 먼저 비준하고 이행 입법을 나중에 하는 것처럼, 집단 간 이해 상충이 별로 없는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을 먼저 입법하고 테러행위 기본법을 나중에 입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위상 고려 빨리 통과돼야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이익을 살펴보자. 세계 각국의 금융정보분석원 협의체인 에그몽 그룹(Egmont Group)은 한국에 “앞으로 1년 안에 테러자금조달금지 입법을 완료하지 못하면 회원 자격 정지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의 효력이 발생하면 한국은 테러자금에 대한 정보를 세계 각국에서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자금 세탁과 관련한 정보 교환과 불법자금 환수가 어려워져 국가적 손해를 보게 된다.

또 선진국들이 이행하고 있는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을 입법하지 못함으로써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외교적 위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국가적 이익과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하루빨리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바란다.

장준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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