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성석제의 그림 읽기]저기가 도남이다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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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북부의 어느 지방, 낙동강 강변에 있는 전망대에서 나이 든 농부가 옆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즈가 바로 도남이라. 저재작년에 우얜기 비가 바가지로 퍼붓디 니리더이 집 뒤에서 계곡물이 벌떡 인나선 거 맨구로 쳐들어온께 마구에서 자불고 있던 소가 마카 떠니리간 기라. 내가 오도바이 주타고 오십 리를 쪼치가이, 도남서 소를 건지내 놨네. 토깨이맨구로 눈이 똥그라이 생긴 사람이. 고마와여, 여 소가 바로 우리 소라 이칸께 정그가 있니야 카는 기라. 그래미 여분때이에 서가이고 구깅하던 순깅 보고 심판을 지달라카네. 내가 그래 고마 감을 지러미, 아 이 만니리 소가 술 처먹고 지정한다고 강물에 시엄 처러 들어갔다가 떠니리간 거마 당신들이 잡먹든지 꾸먹든지 내 손가락도 까딱 안 하지마는 각중에 비가 항정없이 온께 우리에 있던 소가 마카 떠니리간 기다, 그 귀때기를 보라 카이, 순깅이고 토깨이고 입수바리 띨 생각도 못하는 기라. 봐라, 즈가 바로 그 도남이다이.”

그 지역 출신인 저는 무슨 뜻인지 몰라 하는 동행들에게 뜻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기가 바로 도남이다. 3년 전 어쩐 일인지 비가 바가지로 퍼붓듯 내려서 계곡물이 벌떡 일어선 형상으로 쳐들어오니 외양간에서 졸고 있던 소가 모두 떠내려가 버렸다. 내가 오토바이를 주워 타고 50리를 쫓아가니 도남에서 눈이 토끼처럼 동그란 사람이 소를 건져 놓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여기 있는 소는 바로 우리 소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증거가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옆에 서서 구경하던 경찰에게 결정을 내려 달라고 하더라. 내가 고함을 지르며, 아 이 망할 놈의 소가 술 마시고 주정하는 사람처럼 강물에 헤엄을 치러 들어갔다 떠내려간 것이라면 당신들이 잡아먹든 구워먹든 가만히 있겠지만 갑자기 비가 한없이 오니 외양간에 있던 소가 모두 떠내려간 것이다. 소의 귀를 보라고 하니 (표식을 확인한) 경찰이나 토끼가 입술을 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보아라, 저기가 바로 그 도남이다.”

사투리는 우리말의 원형질, 아름다움이 들어 있는 보물입니다. 그분은 보물창고를 지키는 든든한 고지기처럼 보였습니다.

또 하나, 이분 말씀처럼 장마 끝났다고 방심하지 말고 갑작스러운 국지성 호우에 대비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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