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지역 종교지도자들 피랍자 처리 의견 수렴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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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을 납치해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무장세력이 이르면 3일 가즈니 주 종교지도자들과 만나 인질 처리 문제에 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아프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일부 종교지도자가 탈레반을 만난 적은 있으나 이번 모임은 탈레반 측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4월 탈레반이 납치한 프랑스 여성 구호요원의 석방 과정에서 부족 원로와 종교지도자들이 상당한 역할을 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 모임이 인질 사태 해결의 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본보의 현지 통신원 아미눌라 칸(가명) 씨는 2일 “가즈니 주의 한 탈레반 지휘관과 통화했다”면서 “그는 ‘우리가 지역 종교지도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갖자고 요청했다. 주로 종교지도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칸 씨는 “당초 탈레반은 1일 이런 모임을 추진했지만 아프간 정부군의 집결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며 “탈레반이 좀 더 많은 종교지도자가 모이길 원했기 때문에 일정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물라 사비르 가즈니 주 탈레반 사령관이 나와의 통화에서 ‘조만간 한국정부 대표와 협상을 갖는다. 한국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인질 살해 위협을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 주지사도 AP와 AFP통신에 “탈레반과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 등이 직접 대화를 갖고 인질 석방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며 “협상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개최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을 이끌던 가즈니 주 출신 와히둘라 무자디디 국회의원은 이날 아프간 정부의 미진한 협상 태도를 비난하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한편 아프간에서 대통령특사 활동을 마치고 귀국길에 파키스탄을 방문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철군 시기(12월 말 예정)를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AFP통신이 백 실장을 만난 친탈레반 정당 당수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과 양자 접촉을 가진 뒤 “한국과 미국 모두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탈레반이 인질들을 석방하도록 모든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는) 군사력 사용 방안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아미눌라 칸

한국인 인질을 억류 중인 탈레반 내부와 연결 채널을 갖고 있는 현지의 정통한 소식통이다. 현재 파키스탄에 머물고 있는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오가며 미국과 일본 유력 언론의 통신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본보는 본인의 요구에 따라 ‘아미눌라 칸’이라는 가명으로 탈레반의 동향과 인질들의 상황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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