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스파이 적발한 국정원, 모처럼 할 일 했다

  • 입력 2007년 8월 1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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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조선 수주량 세계 1위로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2위 중국으로부터 바짝 추격을 받고 있다. 중국이 우리의 첨단 조선 기술을 훔쳐 가기 시작하면 저임금을 무기로 한 중국 조선업에 밀리는 것은 하루아침이다. 산업은행이 매각할 계획인 대우조선해양에 중국 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는 것도 앞선 기술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이 한국의 조선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려 한 산업스파이를 적발했다. 우리 조선업계는 중국 업체들이 부산에 위장 설계회사를 차려 놓고 퇴직자 스카우트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스파이 활동이 개인 차원의 ‘생계형’에서 ‘기업형’으로 악성 진화한 것이다.

이번에 유출될 뻔한 기술의 개발비용은 5000억 원이 넘으며 중국 업체가 이를 이용할 경우 최소 35조 원의 추가 주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 축적한 기술이 무방비로 해외로 넘어가면 국제경쟁에서 버틸 방도가 없다. 루이스 프리 전 미국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냉전 이후 미국 국가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은 산업스파이”라고 한 말이 실감 난다.

국정원이 산업기밀보호센터를 출범시킨 2003년 이후 적발한 불법 기술 유출 시도는 이번 사건을 제외하고도 103건이라고 한다. 휴대인터넷, 휴대전화, 액정표시장치(LCD), 자동차, 정밀기계, 생명공학, 화학 등으로 대상 분야도 넓다. 산업스파이 차단은 지식·정보산업시대에 국가정보기관에 부과된 새로운 역할이다. 국정원이 이처럼 기술 유출을 차단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지만 지금까지 그냥 빠져나간 기술은 얼마나 될지를 생각하면 걱정이 크다.

산업기술유출방지보호법이 올 4월부터 시행 중이다. 그러나 수조 원짜리 기술매국(賣國)범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억 원 이하의 벌금은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도 보안 투자를 늘려야 한다.

국정원은 민주화 이후에도 정치사찰, X파일 유출, 도청 등 독재정권의 유산을 말끔히 정리하지 못해 불신의 눈초리를 받았다. 지금도 이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돼 있다. 국정원이 구태를 벗고 이번처럼 국민의 박수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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