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작전 나설까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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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인질 가운데 심성민 씨를 추가로 살해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가능성이 아프간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무니르 만갈 아프간 내무차관은 28일 “만약 대화가 실패로 끝나면 다른 수단에 의존할 것”이라며 군사작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본 NHK도 29일 “아프간 정부가 720명으로 구성된 전문특수부대를 현지에 파견하는 등 인질 구출작전 준비에 들어갔으며 이 부대는 외국인 납치사건에 대비해 아프간 주둔 미군의 지휘에 따라 전문훈련을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탈레반이 아프간과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인질을 계속 살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피랍사태의 장기화를 막고 남은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군사작전이 고려될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미국의 아프간 현지 정보력을 감안할 때 납치세력의 동향과 인질들의 억류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군사작전이 이뤄진다면 첨단 무인정찰기와 유무선 감청, 현지 정보원을 통해 납치세력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산악지역 또는 민가를 선정한 뒤 한국 정부의 동의 하에 다국적군과 아프간 특수부대가 야음을 틈타 동시다발적으로 급습하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을 비롯한 대테러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군사작전을 통해 인질을 구출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피랍지역인 가즈니 주 카라바그 지역은 험준한 산악지대로 신속한 군사작전이 쉽지 않은 데다 납치세력이 2, 3명씩 나눠 억류 중인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삼을 경우 많은 인명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납치범들은 몸에 폭탄을 두른 채 인질들을 24시간 감시하면서 수시로 은신처를 이동하는 등 군사작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작전을 감행할 경우 인질들을 즉각 살해하겠다는 탈레반의 협박도 걸림돌이다. 또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최후 수단인 군사작전에 동의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대화를 포기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며 현 단계에서 군사작전에 반대한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인질 구출 노력이 실패로 끝나고 인질 추가 피살 등 피랍사태가 인내의 한도를 넘어서면 군사작전이 본격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천 대변인이 “또다시 한국인의 인명을 해칠 경우 좌시하지 않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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