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아귀찜 할머니’ 병원에 전재산 1억 기탁

  • 입력 2007년 5월 31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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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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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운 것보다 어려운 형편에 아픈 게 더 괴롭더라고…."

경남 진해시 이동에서 '아구찜 할매'로 불리는 김공순(64·사진) 할머니 최근 서울아산병원에 평생 어렵게 모은 전 재산 1억 원을 기부하며 "돈이 없어 몸과 마음이 모두 괴로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5년간 '할매 아구찜'이라는 식당을 운영 중인 할머니는 평생을 혼자 지냈다. 또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18세 때부터 고향인 진해를 비롯해 부산 하동 등을 떠돌며 식당일 식모일 공장일 행상 등을 해 왔다.

할머니는 어린 시절 계속 공부를 해 당시 여성들은 꿈꾸기 힘들었던 경찰관이나 파일럿이 되고 싶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은 할머니의 희망을 '꿈'에 머물게 했다.

공부를 맘껏 못한 게 한이 됐던 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에 가난한 사람들의 장학금으로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20년 전 일하던 우지 가공 공장에서 할머니는 추락 사고를 당해 척추를 다쳤다.

5년간 입원 치료를 받으며 할머니는 "못 배운 것보다 아픈데도 가난해 병원비 걱정을 해야 하는 게 훨씬 더 괴롭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나 장학재단이 아닌 병원에 재산을 기부해야겠다는 생각도 이때부터 했다.

그 뒤에도 할머니는 교통사고 뇌출혈 심근경색 등으로 자주 병원 신세를 졌다. 최근에도 할머니는 갑상선이 안 좋아 꾸준히 병원을 다녀야 한다.

김 할머니는 "나도 건강이 안 좋기는 하지만 아직 가게가 있고 생활비 정도 벌 자신은 있다"며 "내가 모은 돈이 좋은 데 사용되는 걸 보고 싶어 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잘못된 것을 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지적을 하는 성격이라 동네에서 '무서운 할매'로도 통하는 김 할머니지만 주위의 칭찬에는 부끄럽다는 표정이다.

할머니는 "그냥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했고, 많은 돈을 기부한 것도 아닌데 주위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하고 나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봐 쑥스럽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부터 세웠던 목표를 이룬 김 할머니.

그러나 할머니는 새로운 목표가 생겨서 마음이 설렌다고 말한다.

"알뜰하게 생활하면 돈은 금방 자연스럽게 모이더라고…. 지금 있는 빈 통장이 다시 채워지면 아프리카의 배고픈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고 싶어. 그러려면 아구찜 많이 팔아야지."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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