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재 정당해산 파문

  • 입력 2007년 5월 31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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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헌법재판소가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이끌던 태국 내 최대 정당인 타이락타이(TRT) 등 4개 정당을 해체하라는 초유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탁신 전 총리 지지자들이 수도 방콕 시내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이 거세 태국 정국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31일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지명한 판사 9명으로만 구성된 태국 헌재는 지난달 30일 TRT 등 4개 정당이 "정당으로서 존립 가치가 없다"며 TRT 등 4개 정당의 해체와 탁신 전 총리 등 정치인 110명의 정치활동을 5년 동안 금지했다.

TRT 등은 지난해 4월 실시된 총선에서 군소 정당의 후보를 매수해 출마토록 한 것이 가장 큰 선거부정으로 지적됐다. 즉, 단독출마 선거구에서는 유권자 유효투표수의 20%를 얻어야 하지만 선거보이콧으로 이 표를 얻을 수 없게 된 TRT가 군소정당 후보에게 돈을 줘서 출마토록 해 '유효득표 규정'을 피했다는 것.

TRT는 2005년 선거에서는 하원 500석 중 357석을 얻었던 최대 정당이자 집권당이었다. 이번 판결로 태국에는 탁신 전 총리 시절 야당이자 제 2당이던 민주당만이 남았다.

31일 TRT 지지자들은 방콕 시내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고 헌재 판결에 항의했다. 차뚜론 차이쌍 TRT 총재는 "집에 불을 낸 사람은 따로 있는데 유리창 몇 장 깼다고 사형시키는 격"이라며 반발했다.

티띠난 뽕씨티락 출라롱콘 대 교수는 "TRT가 도시 노동자와 농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기 때문에 정치적 대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와 과도정부는 시위에 대비해 경찰과 군대 1만 명을 방콕 시내 곳곳에 배치했으며 비상사태 선포도 준비하고 있다.

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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