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달러 차관 현금상환… 러 “일부 현물로” 또 딴청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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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부터 러시아가 한국에 현금으로 갚기로 한 채무(경제협력차관) 변제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외교 소식통은 30일 “러시아 측이 채무 잔액 13억3000만 달러(약 1조2369억 원) 중 7억∼8억 달러를 방위산업 물자로 갚겠다고 비공식적으로 제의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2003년 9월 경협차관 이자 중 6억6000만 달러를 탕감해 주고 나머지를 올해 6월부터 현금으로 받기로 합의했었다.

러시아 측의 이 같은 제의로 한국 정부의 채권 회수 정책 수정에 대한 논란과 함께 4년 전 실패한 대(對)러시아 채권 협상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2003년 이자를 탕감해 주는 대가로 나홋카 경제특구에 입주하는 한국 기업의 세제 혜택을 희망했지만 러시아는 지난해 이 계획을 사실상 취소했다.

▽러시아, 현물 상환 고집=채무 상환 기일을 앞두고 러시아가 또다시 현물 상환을 제의한 근거는 4년 전 협상 당시 한-러 양측이 합의한 단서 조항이다.

당시 양국은 합의문에 ‘2007년부터 상환하는 차관에 대해 현금 상환을 원칙으로 하지만 양국이 합의할 경우 현물로도 상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러시아는 한국에 대한 부채 문제를 러시아제 무기 수출 통로로 활용할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한국에 공기부양정과 T-86U 전차 등을 현물로 제공한 뒤 부품 수출을 통해 완제품 수출과 맞먹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되살아나는 ‘삼각 빅딜’ 가능성=채무 상환 기일을 4일 앞둔 28일 서울에서 열린 한-러 경제포럼에서 러시아 공무원과 상하원 의원들은 한국 북한 러시아 삼각 협력과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한 한-러 합자 물류회사 설립을 적극 지지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전액 현금 상환을 미루면서 북한 철도를 통한 삼각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의 빚 80억 달러를 탕감해 주는 대신 한국에 진 빚을 북한 철도 사업에 쓰겠다는 것이 삼각 빅딜설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고위 인사는 “러시아의 차관 상환에 대해 한-러 양측에서 비공식적인 얘기가 오가고 있으나 구체적인 상환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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